'금융빅뱅'에 증권가도 술렁

2010-03-02 14:33

머지않아 닥칠 '금융 빅뱅'으로 증권가도 술렁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연내 민영화 추진이 가시화되면 지주계열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 역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투자증권을 축으로 하는 증권업계 '새판짜기'에 대한 갖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금융과 대등합병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하나금융과 KB금융이다.

◆'우리+하나'…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우리투자증권으로선 우리금융이 누구와 짝을 지을 지가 관건이다. 만약 우리금융이 하나금융과 합병한다면 우리투자증권은 분리매각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대투증권이 하나은행과는 달리 독자생존에 문제가 없는 증권사란 평가 때문이다.

실제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전년대비 3배가량 증가한 순이익 2412억원을 기록해 하나금융지주 내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의 최근 발언 역시 분리매각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하나대투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은 시너지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좋은 두 회사가 만났다고 해서 무조건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선 하나대투증권 매각설까지 불거져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을 위해 하나대투증권을 매각할 것이란 추측이다.

즉, 하나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함께 인수하면 합병 시너지가 크지 않은 하나대투증권을 굳이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KB'…KB투자증권 업계 1위

KB금융이 우리금융과 한 지붕을 쓸 가능성도 높다.

KB금융은 당초 외환은행에 눈독 들여왔지만, 우리금융이 하나금융과 합병할 경우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기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 KB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 뿐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우리금융과의 인수ㆍ합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쳐질 경우 자산 규모 634조원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게다가 KB투자증권 역시 단숨에 증권업계 선두로 급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우리-KB'조합은 상대적으로 열세다. 최고 결정권자인 회장이 공석인 현재로선 KB가 그룹의 사운이 걸린 M&A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당초 푸르덴셜증권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KB금융이 지난달 27일 실시된 본입찰에 불참했던 것 역시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또, KB금융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는 정부가 민간 금융사의 합병을 밀어부친다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대신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이나 하나대투증권이 매물로 나오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하나' 조합에서 두 증권사 중 하나는 별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투자증권이 줄곧 M&A를 통한 덩치키우기를 기대해왔던 만큼 우리투자증권이나 하나대투증권이 매물로 나올 경우 욕심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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