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뒤끝'만 남긴 美하원 도요타 청문회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를 다룬 미국 하원 청문회가 일단락됐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24일(현지시간)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사진) 사장이 미 하원 감독ㆍ정부개혁위위원회에서 보인 대응태도에 'F학점'을 줬다.
◇도요다 사장 대응태도 'F학점'
이런 평가가 나오는 건 미 하원이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한 청문회의 소득이 변변치 못하기 때문이다.
포춘 수석 편집자인 알렉스 테일러는 이날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도요다 사장이 아직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으려면 차량 개발 전 과정을 되짚어 봐야 하는데 도요다 사장은 조립라인을 정밀조사하고 있다고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그는 도요다 사장의 태도는 도요타의 과도한 몸집과 관료주의, 오만, 배타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알렉스는 도요다 사장에게 차량 결함의 원인을 묻는 건 넌센스일지 모른다고 비꼬기도 했다. 스피드 광으로 알려진 도요다는 물론 그를 보좌하는 임원 대부분이 운전만 할 수 있지, 자동차 공학엔 문외한이란 것이다.
전날 청문회에 나온 짐 렌츠 도요타 미국 판매부문 사장도 같은 주장만 반복해 빈축을 샀다.
미 의원들도 도요다 사장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도요타 차량 운전자들이 겪은 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마시 캡터 의원은 "도요다 사장의 사과에는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급가속 원인 공방 '연장전' 돌입
하원 청문회에서 도요타 차량의 급가속 사고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자 상원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상원 상업ㆍ과학ㆍ운수 위원회는 다음달 2일 도요타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도요타와 함께 늑장대응 및 사건 축소ㆍ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미 교통당국도 도요타 차량 급가속 문제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레이 라후드 미 교통장관은 이날 "리콜 대상 도요타 차량은 안전하지 않다"며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급가속 문제와 관련, ETCS를 정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사법ㆍ규제당국도 도요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미 연방대배심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도요타에 소환장을 발부했고 연방 검찰도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도요타 파문이 막대한 벌금 추징은 물론 주요 임원들이 기소되는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도요타에 대해 제조물 안전 관련 법 위반이나 안전당국에 대한 허위보고 여부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이날 도요타의 부품 공급업체인 덴소 미국지사, 야자키 북미지사, 토카이리카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덴소는 최근 문제가 된 가속페달 등의 부품을 도요타에 공급하고 있다.
도요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과정에서도 치열한 책임공방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까지 도요타를 상대로 제기된 집단소송은 44건에 달한다. FT는 도요타가 모두 패소할 경우 배상액이 3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007년 순이익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한편 도요타는 미국 전역에서 리콜 차량 수리에 드는 고객의 교통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수리기간 중엔 렌터카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리콜 대상 차량을 소유자로부터 직접 인도, 수리 후 다시 가져다 주는 서비스도 시행할 예정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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