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中 LCD 공장 설립...한국-대만 '물밑경쟁'
2010-02-25 19:12
"중국 정부가 기술력을 원하느냐 정치적인 관계를 택하느냐에 따라 한국과 대만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과 대만이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설립을 두고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LCD 공장 설립에 대한 기본 정책을 수정, 선정업체수를 당초 5~6개에서 2~3개 정도로 축소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 LCD 공장 설립을 낙관했던 한국, 대만, 일본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자국내 기업 1개를 포함해 해외 기업 2개 정도만 수용할 경우 대다수 업체들의 공장 설립 계획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나 기술력으로 볼때 선정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 대만 업체들도 긴장하는 눈치다.
현재 중국 LCD 공장 설립을 신청한 기업은 한국의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대만의 AUO·CMO, 일본의 샤프 등 모두 5개 업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업체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대만이나 일본 업체들의 추격을 받아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LCD 공장 설립을 가장 먼저 추진했던 것은 한국기업들이다. 중국 정부도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기업이 LCD 공장을 설립하면 투자유치나 산업발전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대만과 일본 등이 가세하면서 중국 LCD 공장 설립은 경쟁구도로 변했다. 중국이 선정업체수를 줄인데다 대만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고려해 대만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한국·대만 업체 각 1개씩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정업체수,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현지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만 무성한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 중국 정부가 향후 기술이전 등 자국의 디스플레이 산업발전을 위해 공장 설립 희망 업체 간에 경쟁을 붙이려는 의도로 루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업체를 심사하는 기준이 기술력, 산업발전 기여도 등인데 업체 간 경쟁을 만들어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현재 여러가지 변수가 있어 어떤 업체가 선정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빠르면 내달 중 업체 선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대만·일본 업체들의 로비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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