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회사 검사권을 가진 부서를 대폭 확대했다.

한은이 내부 규정을 바꿔 검사권을 확대한 데 대해 금융감독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4일 정기인사를 통해 금융안정분석국 및 직속 금융안정시스템실과 금융결제국의 정원을 각각 10명, 3명씩 확대했다. 반면 지방 본부 정원은 14명 줄었고 일부 부서는 통폐합됐다.

한은은 또 이들 부서 내 비은행분석반ㆍ비은행결제반ㆍ결제연구반을 각각 팀으로 승격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 금융규제 논의와 관련된 대외 협력 조직도 확대했다.

한은 안정분석국과 결제국은 금융회사에 대한 공동검사를 담당한다. 한은은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를 맺은 이후 KB지주ㆍ국민은행ㆍHSBC에 대해 공동검사권을 행사한 바 있다.

안정분석국은 은행과 제2금융권의 건전성을 조사하고, 결제국은 금융회사 간 지급결제 업무를 검사한다.

한은의 이번 조직 개편은 보험ㆍ증권ㆍ카드ㆍ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한 검사 기능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제2금융권 담당을 임시조직(반)에서 상시조직(팀)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은은 지난해 11월 '한은의 금융기관 검사 요구 등에 관한 규정'에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적 운영·관리를 위해 점검이 필요한 경우, 금융위기 발생이 우려되거나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한 경우에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개정했다.

금감원은 한은이 임의로 검사권 확대를 위해 내부 정비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은법상 공동검사 요구 대상은 통화신용정책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유동성 악화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아직 입법화되지 않았는데도 한은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이를 내부 규정에 미리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은 물론 비은행 금융회사의 거시건전성 감독이 중요해졌고,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가 지급결제망에 포함된 데다 보험사의 지급결제 기능이 논의되는 등 지급결제 검사 업무도 많아졌다"며 "금융 시스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전체 금융권을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겠다는 취지일 뿐"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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