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기업들의 안쓰러운 자충수(自充手)

2010-02-11 19:37

국내 첫 구글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이'가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도 첫 안드로이드폰을 일반에 공개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말 업계에선 올해에만 20~30여종의 안드로이드폰이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안드로이드폰을 포함한 스마트폰 도입에 혈안이 돼 있는 탓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출시하는 15종의 스마트폰 중 대부분을 안드로이드폰으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이폰 판매량을 올해 안에 뛰어넘을 전망이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안드로이드 마켓이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애플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게임, 에듀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열린 장터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의 최대 강점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안드로이드 마켓은 구글 오픈 플랫폼 전략의 핵심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사용자들의 관심도 많다.

SK텔레콤이 모토로이 예약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모토로이의 구입 이유를 묻는 질문에 55%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답했을 정도다.

더욱이 기기가 한정돼 있는 앱스토어와 달리 가용 기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안드로이드 마켓은 타 오픈마켓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같은 경쟁구도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와 삼성전자라는 점이다.

가입자 유치전 혹은 글로벌 휴대폰 시장 공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하나 세 기업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마켓과 경쟁해야 하는 오픈마켓 사업자라는 점은 왠지 씁쓸하다.

주력 사업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미래 신사업에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격이다.

삼성전자의 오픈 플랫폼인 바다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주경제= 김명근 기자 diony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