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몽구 회장 700억 배상” 판결
법원이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기아차에 700억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재판장 변현철 부장판사)는 8일 경제개혁연대와 현대·기아차 소액주주 14명이 정 회장과 김동진 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지난 2008년 4월 정 회장을 상대로 회사 자금 횡령과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주주대표 소송을 낸 바 있다.
이번 결과는 회사의 손실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은 판례 중 최고액이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현대우주항공 및 현대강관의 불법 유상증자에 참여한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999년 현대차 명의의 960억원으로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어 2001년에는 현대강관(현 현대하이스코) 유상증자에도 현대차를 우회 참여시켰다.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는 정 회장의 개인채무 2600억원을 회사 계열사 자금을 통해 변제할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현대강관은 외환위기 사태 당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강관 유상증자 참여는 현대차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한 경영 판단이라고 볼 점도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칠 구체적 가능성이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단 재판부는 정 회장이 현대차에 끼친 손실 1400억원 중 절반만 배상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현대우주항공의 경우 외환위기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부득이하게 계열사가 부담하고 있는 보증채무를 정 회장이 부담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또 정 회장의 유상증자가 결과적으로 현대강관 정상화를 이끌어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 회장의 개인적 이익이 크지 않고 그룹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결정이 이뤄진 점, 정 회장 개인도 일부 손실을 분담한 점을 감안,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재계의 경영권 전횡 관행을 개선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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