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 공세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미생지신' 논쟁 이후 당권을 쥐고 있는 정 대표는 연일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조준사격을 가하고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박 전 대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세종시법 수정안 홍보를 놓고 친이(이명박)계와 친박(박근혜)계 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한때 국정보고대회 중단설까지 나왔지만 정 대표는 국정보고대회도 예정대로 강행했다.

정 대표가 세종시 당론을 수정안으로 변경하기 위한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 대표가 아직 당에 뿌리내리지 못한 '승계 대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잇따른 날 세우기가 박 전 대표와의 경쟁구도를 만들어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계산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장밖에 없는 '대권 후보 카드'를 거머쥐기 위해 차기 대권 주자들끼리의 싸움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세종시는 정 대표와 전혀 관계없는 이슈였다. 그가 처음부터 이 문제를 주장한 것도 아니고, 당 대표가 되지 않았다면 이 문제에서 비켜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가 당으로 넘어온 만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정면 돌파밖에 길이 없는 것이다.

정 대표에게 세종시는 차기 대권 가도를 위한 큰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정 대표는 스스로 국민 앞에 비전을 제시하고 책임을 떠안는 위치에 서본 적이 없다.

2002년 대선레이스를 폈지만 막판 유력후보 틈새의 캐스팅보트 역할이었고, 지난 대선에선 한 발 비켜선 처지에서 관망하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 대표직도 자력 획득이 아니라 박희태 전 대표의 재선거 출마에 따른 어부지리식 승계다.

따라서 그가 집권당 대표로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는 세종시 당론 결정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내부 대결의 향배를 가늠할 첫 시험대인 셈이다.

아직까진 정 대표가 세종시 정국을 수습하면서 적극적으로 당내 제 세력을 견인하기 위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한계로 볼 수 있다.

친이·친박 간의 격한 대결이든 분당이든 정 대표가 과연 친이의 대표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단 세종시 수정안을 계기로 존재감이 부상됐다고는 하나 친이계가 전폭적으로 정 대표를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재오 전 원내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2선에 물러서 있지만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하면 친이계는 이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가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한다. 정몽준의 '변신'은 성공할까.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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