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1등 도약 '만만치 않네'
은행권이 금융위기 이후 도약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은행권 '빅뱅'을 비롯해 당국의 규제 강화 여파가 특히 '1등 은행'을 노리는 신한은행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그동안 누리던 프리미엄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금융권과 증권가에 따르면 외환은행 매각과 우리금융 민영화 등 금융산업 재편 이후 신한은행이 뒤쳐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신한은행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포커스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은행 역시 규모 확대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외환은행 매각이 마무리되면 신한은행이 2~3등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거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치게 되면 자산 규모는 각각 400조~450조원에 달한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자산 320조원 규모의 신한과는 100조원 이상의 차이가 나게 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은행권 M&A가 화두"라면서 "신한은행이 여기서 비켜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은 물론 주가 측면에서도 프리미엄을 상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올해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쟁은행에 비해 신한은행의 조달금리가 높다는 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신한은행은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높다"면서 "영업이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지만 이 역시 신한은행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권 전체에 대한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 부분에서도 신한은행은 '빅4' 중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구 연구위원은 "올해 국민은행의 NIM이 전년 대비 30~40bp 상승해 2.8%대를 기록할 전망"이라면서 "우리은행이 2%대 중반을 기록하고 신한과 하나은행은 2%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권 사외이사 제도 개편 등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역시 신한금융지주는 물론 신한은행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에서 코드 인사가 가장 강한 곳이 신한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지난 1982년 지점장으로 신한은행에 합류해 은행 부행장과 지주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행장에 선임됐다.
이 행장은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신상훈 사장에 이어 세번째 상고 출신 행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라 회장은 지난 1991년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20년 동안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 회장 내정자직 사임으로 관치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작 당국의 칼날은 궁극적으로 하나금융을 비롯해 신한금융으로 향해 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이 행장은 뛰어난 조직 관리 능력으로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라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 또한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신한의 순혈주의는 은행권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금융당국의 행보에 따라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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