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승 탓 증권가 '부글부글'
2010-01-26 15:50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실시에 따라 각 증권사 간 출혈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실상 이동제 시행 대상 펀드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펀드를 갈아타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들은 이번 펀드 판매사 이동제를 두 손 놓고 관망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펀드 판매회사간 서비스차별화 등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투자자의 판매회사 선택권 확대를 위해 전일부로 '펀드판매회사 이동제' 시행에 들어갔다.
◆ '속빈 강정'에 출혈경쟁만 심화?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각종 금리 우대 혜택과 사후관리 서비스 강화로 펀드 고객 끌어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 대신증권이 펀드를 옮겨올 경우 최고 9%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와 최저 1%의 담보대출 금리를 제공하기로 하는가 하면 삼성증권은 가족 단위 고객의 자산을 합산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우대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500만원 이상 펀드에 가입하면 연 4.2%의 수익률과 함께 월 최대 9만원까지 펀드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투자증권은 1억원을 맡기면 매달 12분의 1씩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고 남은 금액은 연 4.5% 환매조건부채권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운용한다.
그러나 이런 경쟁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진 아직 미지수다. 시행 첫 날인 25일, 각 증권사 창구에서 펀드를 갈아타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때문에 오히려 출혈경쟁 여파로 업계 전반적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판매이동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은 자산관리에 강점인 증권사들이 은행보다 유리하겠지만 단기적으로 고객확보 경쟁으로 인한 수익감소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행 첫 날 상황으로 속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현재 전체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이동제 시행 대상 펀드가 확대되지 못하면 향후에도 상황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복잡하게 얽힌 해외주식형 펀드의 세제 문제가 해결되면 시행대상 펀드 규모가 116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조차도 공모펀드(약 214조원)의 약 54% 수준이다.
◆ 온라인 증권사는 빠져라?
이번 이동제에서 배제된 온라인 증권사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금감원 규정상 펀드판매사를 이동하면 옮겨가는 증권사 영업점에서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탓에 오프라인 판매처가 없는 온라인 증권사들은 수혜 조차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 관계자는 "사실 작년 12월 49개 펀드에 대해 수수료를 가장 먼저 없앤 증권사는 바로 키움증권"이라며 "펀드이동제에 대한 준비는 가장 먼저 했음에도 정작 제도 시행 이후 두 손 놓고 바라만 보는 꼴이다"고 전했다.
이에 금감원 측은 온라인 증권사들이 펀드 이동제에 참여하기 위해선 영업점방문을 대체할 만한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자산운용서비스국 관계자는 "현재 당장 온라인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려고 해도 해당 증권사와 계약을 맺은 은행에 가서 해야한다"며 "물론 현재 논의된 바 없지만 온라인 증권사들이 이동제에 참여하려면 계좌 개설과 같은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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