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드] 금융권 '잡셰어링 트라우마' 신입사원 "속았다"
금융권이 '잡셰어링 트라우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잡셰어링이 금융권에 '이미지 추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주요 금융 공기업과 시중은행의 신입사원 연봉이 현격하게 떨어진데다가 근무 시간도 늘어 업무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각 금융권에서 대거 뽑았던 인턴들이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불신도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신의 직장'은 옛말
지난 4일부터 금융감독원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있는 김성현(가명,29세)씨는 연봉만 생각하면 억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해 보다 연봉이 약 1000만원 정도 깎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금융권이 더 이상 신의 직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채용인원 수가 적어 '신의 직장'이지 연봉이나 업무부담으로 따지면 오히려 다른 업종이 나을지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채용시장에서 높은 연봉과 보직 안전성으로 인기가 높았던 금융권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해 잡셰어링 여파로 올해 신입사원들의 연봉이 대거 삭감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고임금으로 유명한 산업은행 대졸자 신입 연봉도 낮아져 27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전체 평균임금의 4분의 1수준으로 전락한 셈이다.
올해 산업은행에 입사한 최민국(가명, 30세)씨는 "생각보다 연봉이 낮아 실망했다"며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산업은행이 민영화되면 업무부담이 늘고 자리 보전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고연봉 메리트가 사라지고 업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신입사원들의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 면접까지 갔지만 고민 끝에 포기하고 일반 기업체로 입사한 이송주(가명, 27세)씨는 "왜 신입사원만 불평등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은행들이 신입사원 연봉을 20%나 깎는다는게 말이 돼냐"며 "은행 취업을 위해 회계 및 재무 공부를 해왔지만 지금은 다른 업종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내 특기를 발휘하고 있어 업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인턴 끝나니 다시 백수
지난해 각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은 줄이고 인턴 채용을 남발한데 따른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인턴 종료자들이 재취업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금융권이 무리하게 정부정책에 맞추기 위한 '일회용'인턴을 뽑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전국 각 영업점에 총 200여 명의 인턴을 채용했지만, 정규직 채용에 합격한 사람은 단 4명뿐이었다.
신보는 당초 인턴 채용시 정규직 기준에 비해 커트라인을 낮게 뒀기 때문에 탈락자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신보는 지난해 정부 보증 업무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부족한 인력을 급하게 충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서류와 면접으로만 인턴을 뽑는 등 채용절차를 간소화 한 바 있다.
신보 관계자는 "심지어 해남사무소 같은 경우에는 완전 시골이라 젊은 사람 자체가 드물다"며 "인턴 채용시 기준을 상당부문 완화했기 때문에 어려운 필기시험 등을 통과해야 하는 공채시험에 대거 탈락했다"고 말했다.
또 "애초부터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을 주는 등 인턴에 대한 특혜를 충분히 줬다"며 "오랫동안 함께한 인턴인데 우리라고 왜 아쉽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인턴들은 정부 잡셰어링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며 금융권 채용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약 7개월 동안 신용보증기금 영업점에서 인턴을 한 김지혜(가명, 28세)씨는 "다가올 설날을 생각하면 우울하기만 하다"며 "직접 보증 연장 및 갱신 업무 등을 도우며 정직원 처럼 일했는데 이젠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고 울먹였다.
아주경제= 김유경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