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재정정책, 경기부양책으로 실효성 있는가?

2010-01-29 15:37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세계 각국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재량적으로 정부지출을 확대하여 시행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회복을 진작하기 위해 8000억불 이상의 전례 없는 규모의 재정지출을 단행했다.

우리나라도 약 28조원을 투입했다. 과연 이와 같은 재정지출의 확대가 총수요를 진작시켜 경기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인가?

결론부터 내리자면, 확장적 재정정책은 단기적인 총수요관리 정책수단이라기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공급측면의 정책수단 혹은 경기불황시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분배 정책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먼저 확장적 재정정책이 경기침체를 극복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실증적 측면과 논리적 측면에서 의문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실증적 측면에서 살펴볼 때, 금번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경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원래 계획했던 8%수준을 넘어서 10%에 도달하게 되어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위기극복 정책방안에 대한 신뢰감이 저하된 바 있다.

즉, 실업률기준으로 볼 때, 확대 재정정책은 실패라고 말할 수 있다.

논리적 타당성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우선 확장적 재정정책의 논리를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거나 세율을 인하하게 되면 총수요가 증대된다고 믿고 있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경기가 안 좋을 때 구덩이를 파고 이를 다시 메꾸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더라도 경기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 고 지적하며 재정정책의 총수요 증대효과를 역설했다.

실업자를 고용하여 구매력이 생기게 되고, 이는 소비로 연결되어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는 다시 투자촉진으로 연결된다.

즉, 정부지출확대로 소비와 투자를 증대시켜 전체적으로 총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재정지출의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때 정부 지출확대는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총수요의 구성항목만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정부지출의 재원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차입을 통해서만 조달된다. 정부가 고소득자에게 근로소득세율을, 기업에게 법인세율을 각각 인상함으로써 정부지출의 재원을 조달하게 되면, 정부지출확대를 통한 총수요 증가는 세율증대로 인한 소비 또는 투자 감소를 통해 그 증가분이 상쇄된다.

또한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채발행으로 흡수된 투자재원은 국채가 발행되지 않았더라면 민간부분에 투자되거나 대출자원으로 사용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확보 역시 민간부분의 투자 혹은 대출활동을 대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지출의 재원조달에 따른 총수요 감축효과를 감안하지 않았을 때만 정부지출확대가 총수요 증진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민간부문이 잉여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수익증권에 투자하지 않고, 장롱 속에 현금으로 보관한 경우에만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금융시스템 하에서 민간이 유휴자금을 장롱 속에 보관할 리가 만무하다.

다만, 재정지출의 확대는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의 효과는 없지만 중장기 적으로 경제성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 즉 생산성이나 유인효과로 작용한다.

교육이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정부투자, 세율인하를 통한 노동공급이나 투자유인의 확대 등은 생산성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생산성 증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며 단기에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주된 동기는 경기부양보다는 공평성차원에서의 소득분배정책에 기인한다고 본다. 글로벌 경제위기여파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덜 취약한 계층으로부터 세금을 부과하여 재원을 마련하는 소득이전정책의 수단이 아닐까 판단된다.

따라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단기적 총수요 관리정책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일종의 판단적 오류일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구조개혁의 정책수단 또는 경기불황시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분배정책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