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3~4월..국내 증시 '고비'
2010-01-17 07:20
중국발(發) 긴축 쇼크를 겨우 딛고 일어선 국내 증시에 올해 3~4월은 또 한 차례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도입했던 특별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의 만기가 대부분 이 기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러한 '광의(廣義)의 출구전략'이 경제뿐만 아니라 증시에 일시적 충격은 줄 수 있겠지만 급격한 변동은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고 보긴 어렵다.
출구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정책 금리는 호주와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 일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로권, 영국, 일본, 중국 등이 동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융기관 유동성 공급 규모와 단기 금융시장 지원 자금 규모가 2008년 말 고점 대비 99.0% 회수됐다.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출구전략을 이미 실행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위해 금융권에 지원된 18조5천억원은 이미 전액 회수됐고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대한 한국은행의 이자 5천억원 지급도 한번으로 완료됐다. 일반외화유동성 지원 195억달러도 전액 회수됐다.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은 292조8000억원 규모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편성했던 지난해 추경예산 301조8천억원과 비교하면 3.0% 감소했다.
문제는 전 세계 주요국의 단기 유동성 회수 과정의 기한이 올해 3~4월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17일 대우증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자산담보부증권(ABS) 기반 대출(TALF)과 모기지기관 보증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직매입이 오는 4월부터 종료된다.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 조치였던 프라이머리 딜러 단기신용공여(PDCF)와 프라이머리 딜러 대상 국채 대여(TSLF) 등도 다음 달까지 모두 거둬들인다. 프라이머리 딜러는 연방준비은행들과 국채를 거래할 수 있는 금융기관들을 뜻한다.
일본은 금융기관에 담보 없이 후순위 대출을 하는 후순위 특약대출과 은행 보유 주식의 매입을 오는 3월 말, 4월 말에 각각 중단할 예정이다. 한차례 연장해서 시행했던 금융기관 보유 기업채무 담보대출 역시 오는 3월까지만 시행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공급 자금의 만기를 6개월로 늘려주는 정책(LTRO)을 오는 3월까지만 시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세계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특별 유동성 공급조치들은 예정된 절차대로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도 최근 성명을 통해 기존에 천명했던 대로 특별유동성 공급조치들의 시한이 만료되면 더는 이를 연장하지 않고 대부분 거둬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려되는 것은 주요국 정부들이 기한을 연장하지 않을 때 워낙 방대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게 돼 시장에 단기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유동성 회수가 정책 금리를 인상하기 위한 선행 과정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본격적 출구전략 시행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적 완화정책의 종료가 예상된 시나리오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을 더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유동성 프로그램들은 처음부터 (정해진 시한이 되면 자동 소멸되는) 일몰 조항이 있었다"며 "또 이러한 유동성 회수 조치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회복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이코노미스트도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리면 물가 상승과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며 "시장에서도 적절한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만큼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동성 축소로 시중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중소기업 위주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한계기업 가운데 흑자를 내고도 도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며 "경제 전체적으로는 급격한 변동은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충격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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