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잭슨 암참 대표 인터뷰) "한국 노동시장 너무 경직…외국투자자 발길 돌려"

2010-01-05 11:17

   
 
에이미 잭슨(오른쪽)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대표는 본지 박정규 편집국장과 가진 대담에서 "조변석개로 변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해외투자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규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해 1일 중국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하며 인구 19억명의 세계 최대 경제블록을 출범시켰다. 중국과 아세안의 국내총생산(GDP)은 경제블록으로는 세번째 규모인 6조 달러에 달한다. 협정 발효로 양지역 사이의 무역액은 향후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대만과 FTA와 유사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을 예고하는 등 전 세계 31개 국가ㆍ지역과 FTA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며 경제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과 인도가 맺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도 같은날 발효됐고 유럽연합(EU)과의 FTA는 올해 발효가 에상된다. 앞서 칠레와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과 맺은 FTA는 이미 발효된 상태다.

문제는 가장 큰 쟁점인 미국과의 FTA가 2007년 6월 서명된 이후 양국 의회로부터 비준받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간 경제통합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는 데 시급한 핵심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손실이다. 경제통합은 해외투자 유치를 확대하는 데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외국기업은 여전히 한국 정부의 조변석개식 정책을 불신하며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표는 "외국기업들은 너무 빨리, 자주 변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신문은 3일 에이미 잭슨 암참 대표로부터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암참 대표로 부임하신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느끼셨을 텐데요. 어떠셨는지요.

"암참 회원사와 한국 기업,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꽤나 바쁜 일상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제 역할이 암참과 한국 기업 및 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인 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암참 회원사들은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겪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암참은 관련기관들과의 조율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수많은 만남 속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경쟁력위원회가 큰 힘이 됐습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매달 여는 회의에서 외국계 기업인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암참 회원사를 비롯한 외국기업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애정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세계 각국이 해외 투자유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인데요. 한국의 외국인 투자환경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장점과 단점을 꼽아주시죠.

"한국은 무엇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노동력이 풍부합니다. 한국 노동력의 수준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죠. 한국의 노동인력은 교육수준이 뛰어나고 일에 대한 열정이 뜨겁습니다. 헌신적이고 영어능력이 뛰어난 것도 장점입니다. 이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이 높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각종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한국을 총괄하게 됐던 2002년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합니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법제와 규제는 한국에 직접투자하거나 연구개발(R&D)센터를 조성하려는 외국기업에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로 작용합니다.

반면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규제 투명성 문제는 여전히 해외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동일한 개념의 노동 유연성의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생산적인 인력에 대해선 합리적인 보상이 뒤따르고 비생산적인 인력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퇴출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정책 결정 속도가 더딘 것도 단점입니다. 한국 정부는 정책이나 규제에 변화를 주기에 앞서 이해가 맞물리는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조정한 뒤 또 다시 공청회를 열어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외국기업은 배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규제 수위와 정책이 지나치게 자주 빠르게 바뀌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때문에 암참은 각종 규제와 법제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려는 현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규제와 법제는 여전히 '코리안스탠더드'에 묻혀 있습니다. 일례로 식품첨가제에 대한 기준과 식품포장재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입니다. 자동차 관련 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관성이 없는 따로국밥식 규제는 일원화해야 합니다. 그게 곧 글로벌스탠더드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자 한다면 암참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과 보다 폭 넓은 상생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ㆍ미 FTA 비준을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계신 줄로 압니다. 한ㆍ미 FTA와 관련해 암참 대표로서 다시 한번 입장을 말씀해 주시죠.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2007년 체결된 한ㆍ미 FTA에 대해 100% 지지하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암참은 지난해에도 세차례에 걸쳐 미국 워싱턴 정가를 찾아가는 도어노크(Door-knock) 행사를 통해 미 의회에 한ㆍ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미 정부 대표단과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한ㆍ미 FTA 발효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방한한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대표단과 한국계 미국인인 강석희 어바인시장, 미 의회 대표단들과 한ㆍ미 FTA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과의 활발한 교류는 미국인들에게 한ㆍ미 FTA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정책인지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경기침체로 미국 자동차산업이 생사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은 물론 협상과정에서도 미국에서는 자동차 부문이 한ㆍ미 FTA의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업계에서는 한ㆍ미 FTA 협정문에서 한국이 자동차시장을 충분히 개방하지 않았다고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표준 등 비 관세부문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한ㆍ미 FTA가 체결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시장환경도 상당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따라서 양측이 한국과 미국, 나아가 세계 자동차시장의 환경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ㆍ미 FTA 협정문이 현재 양국 자동차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암참은 FTA의 틀에서 벗어난 자동차 쟁점에 대한 논의는 지지하지만 재협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미국 기업과 미국인들이 한ㆍ미 FTA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지지의사를 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한ㆍ미 FTA는 양국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할 때 한ㆍ미 FTA의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FTA가 양국간 군사ㆍ정치적 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피력할 전망입니다. 현재 미 의회의 핵심쟁점인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마무리될 경우 올해 한ㆍ미 FTA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돼 연내에는 협정이 발효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가서명된 한국과 유럽연합(EU)간 FTA가 한ㆍ미 FTA 발효에 미칠 영향력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과 EU는 서로가 경쟁 상대이기 때문에 미 의회도 한ㆍEU FTA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미 의회는 한ㆍ미 FTA 비준에 속도를 내게 될 것입니다." 

대담=박정규 편집국장·정리=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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