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연봉인상 '게걸음'…"이 직업은 예외"
고용불안이 심해지면서 안정된 고수익이 보장되는 직업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미국 회계법인 딜로이트앤투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기업 85%가 임금인상에 나서지 않았다. 임금동결 비율은 임원급(66%)이 전체 임직원(54%)보다 높게 나타났다.
내년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와슨와이어트의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54%가 향후 몇개월 사이 임금동결 방침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40%는 회사 재정 상태가 호전되거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응답했다. 지난 8월 같은 조사 때보다 1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왓슨와이어트와 합병에 합의한 타워스페린은 내년 임금 인상폭이 3%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7년 경기침체 이전의 4%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더욱이 적잖은 기업들이 인상분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줄 계획이어서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얼마가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에 따르면 미국 기업 25%가 내년에 임직원에 대한 주식 보상을 계획하고 있다. 결국 내년에도 실질적인 임금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임금인상이 보장된 직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헤드헌팅업체 로버트하프인터내셔널의 맥스 메스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시점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투자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특정 전략 목표를 수행하는 데 요긴한 기술을 지녔다면 임금이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28일(현지시간) 로버트하프인터내셔널을 인용, 연봉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초봉도 평균 이상인 10가지 유망직업을 소개했다. 직종은 대개 정보기술(IT)과 금융 부문에 집중됐다.
초봉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는 정보시스템 보안 전문가가 꼽혔다. 기업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게 주 업무인 이들은 업무량이 많은 만큼 내년 초봉이 9만6500~13만750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IT업계는 다른 직종에 비해 임금 상승률이 뒤쳐지지만 시스템엔지니어와 네트워크관리자도 해마다 더 많은 연봉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다양한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엔지니어는 초봉으로 6만4250~9만3250 달러를 받을 수 있다. 또 외부의 중앙시스템에서 기업 정보를 관리하는 클라우딩시스템이 각광받으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는 네트워크관리자 역시 5만4500~8만250 달러에 이르는 초봉이 예상된다.
금융업종에서는 세무사와 준법감시인, 재무분석사, 신용매니저 등이 유망 직업으로 선정됐다.
대기업에서 2~3년간 경험을 쌓고 절세 실적이 뛰어난 세무사의 경우 초봉이 4만6500~6만1500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기업이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규제와 회계기준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큼 준법감시인도 높은 수준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다. 준법감시인은 초봉으로 8만3750~10만8500 달러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재무분석사와 기업의 신용위험성을 평가하고 연체계좌를 관리해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신용매니저는 각각 5만7750~7만4000 달러, 4만2500~5만7500 달러를 초봉으로 받을 수 있다.
일반 사무직에서는 고객서비스담당자(2만2750~3만750 달러)와 임원 비서(3만5000~4만7000 달러), 의무기록사(3만1500 달러)의 초봉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로버트하프인터내셔널은 기업들이 일반 사무직의 경우 다중작업(멀티태스크)에 능한 이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고객 서비스'를 기업이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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