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자연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 '강석문 개인전'
2009-12-29 13:03
꽃과벌레 143X78cm 한지에 먹, 채색, 아크릴릭 2008 |
작가는 “안에서 소망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 풀·나무와 이야기를 나눔으로서 자연과 동화한다”며 화폭 속에 자연이 주는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애를 담았다.
강석문의 그림은 한마디로 착하다. 2010년을 바라보는 지금 우리에게 ‘착하다’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의 주류적 가치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한 없이 착한 그림만을 그리는 강석문. 그래서 그의 그림은 착하다. 작가는 이 착한 그림을 통해 외친다. “생명의 본질은 경쟁이나 지배가 아니고 조화와 협력”이라고.
그는 이 외침을 그림에 담아 작은 세상을 만들었다. 이 세상은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여러 생명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과수원’이다. 과수원이 품고 있는 작은 생명들과 그 생명의 존재 원리인 가족성은 그가 계속 추구해 온 것이다.
몇몇 작품에 사람이 등장하지만 자연과 구별되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의인화된 나무에 벌레와 더불어 깃들여 사는 사람이다. 그의 작품엔 사람과 구별되는 나무·풀·풀벌레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은 울타리 안의 뭍 생명들이 한 가족으로 표현된 세상만 있다.
할수있어 78X143cm 한지에 먹, 채색, 아크릴릭 2008 |
작품 ‘키스’와 ‘연인’이 사랑과 화해를 보여준다면, ‘풀과 친구’ ‘꽃과 벌레’는 모든 생명 간의 연대를 표현했다. 모든 존재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과 연으로 묶여있듯이 그의 작품의 모든 사물과 생명들은 연인이자 친구다. 서로 맞서거나 투쟁하지 않는다. 작품 ‘손을 잡다’ ‘걱정마’는 보는 우리를 다독거려주고 "할 수 있어"라며 격려해준다. 이렇듯 그의 모든 작품에서는 부정적인 가치가 없고, 세상의 그렇지 못함을 탓하지 않는다. 착함이 흉이 되는 세상과 맞서지 않고 자신만의 착한 세계를 살아가는 작가의 눈길은 보는 이를 그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0호~100호 크기의 다양한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 작가의 겸손함이 반영되듯 전시된 작품의 높이 또한 평소 눈높이에 비해 낮다. 세상에 맞서기에 바쁜 우리에게 강석문의 개인전은 2009년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소소한 일상을 바라보며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 이후 갤러리 쌈지는 갤러리 밥으로 이름을 바꾼다. 문의 736-0900.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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