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금융기관 사외이사 유명무실"
금융공기업과 일반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금융공기업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일반 금융기관에서는 경영진과 밀착돼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9일 금융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서울보증보험·예금보험공사·주택금융공사·증권예탁원·코스콤·증권거래소·자산관리공사·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기업은행·산업은행·우리금융 등 14개 금융공기업 가운데 CEO가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곳은 산업은행 외에는 없다.
나머지는 기획재정부(금융위 포함), 정치권 출신이거나 지연 등으로 인해 낙하산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증권거래소의 경우, 이정환 전 이사장이 퇴임하면서 외부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해 관치논란이 일어났다.
이는 해당기관들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사외이사들이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공기업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관에서 사외이사라는 제도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사외이사들이 회의에는 항상 참여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곳이라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수출입은행에는 사외이사가 전혀 없고 산업은행에는 2명뿐이어서 사외이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산업은행은 법률에 따라 설립됐고 채권도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형식이든 비상임이사의 형식이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수출입은행 등도 견제가 부족하다면 이사회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지만, 퇴직 공무원이나 CEO와 관계가 있는 인사가 사외이사를 맡지 못하도록 자격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금융기관에서도 사외이사들이 CEO와 학연, 지연 등으로 밀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9명중 주주입장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는 ING보험 아·태평양 사장 1명 뿐이며 KB금융·국민은행 사외이사 가운데 적지않은 사람들이 강정원 KB금융회장 내정자와 학연 등으로 연관돼 있다.
하나은행·하나금융 지주의 경우, 김승유 회장의 출신학교와 연관되는 사외이사가 적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에서는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기관들의 회장 또는 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사외이사들이 '야당 기능'을 못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