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미분양 15만가구 '암울시대' 다시 온다

2009-12-06 15:54
경기회복에 발목…"양도세 감면 연장"설득력 높아져

"내년 3월께 미분양 주택이 다시 15만 가구로 늘어날 것이다."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아파트 미분양률이 내년 초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내년 2월11일까지인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기간이 끝나면 올해 하반기부터 대거 쏟아진 신규주택 가운데 미계약 물량들이 미분양으로 남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지난 10월 말 현재 12만가구였으나 멀지 않은 시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3만여가구가 증가, 미분양사태가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회복에 발목을 잡을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업계가 양도세 감면 특례기간과 미분양주택 취·등록세 50% 감면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문가들과 업계의 이 같은 주장은 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비정상적 공급행태인 대량의 밀어내기식 분양, 양도세 특례 만료 시점 도래,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인상 움직임 등이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4분기 밀어내기 분양..미분양 다시 증가하나

올 4분기 신규분양이 대거 늘었다. 10월부터 12월(예정치 포함)까지 전국에 쏟아져 나온 분양 물량은 11만4584가구에 이른 전망이다. 작년 같은 기간 5만7482가구에 비해 2배가 넘는다. 

특히 수도권은 작년 같은 기간 3만3885가구에 비해 약 3배 늘어난 9만5316가구가 이른 전망이다. 

겨울 비수기인 이달만 해도 약 4만가구의 신규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역대 최다 물량이 쏟아졌던 2007년 12월(7만7660가구)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이달 중에는 양도세 감면혜택이 종료되는 경기, 인천물량 비중이 전체의 86.8%인 3만4638가구에 이를 정도다.

부동산업계는 양도세 특례가 끝나는 내년 2월11일 이전인 1~2월 시장에 약 3~4만 가구가 추가로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약 18만 가구의 신규분양주택이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밀어내기식 분양은 결국 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작년과 올 초 미분양이 최대치인 16만 가구를 넘어선 것도 지난 2007년 말과 2008년 상반기 건설사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낸 데 기인한다.

앞서 올해 하반기 나온 물량 중 중대형주택의 미분양률이 50%에 이르고 있고, 중소형도 청약률과 달리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미분양누적이 걱정된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공급예정인 물량과 최근 부동산 시장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3월에는 미분양 물량이 15만가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분양주택이 15만 가구를 넘은 것은 1995년 주택 200만가구 공급 여파 당시와 올해 3월 16만5000여가구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부동산세제 완화 종료, 시장 침체 우려

업계와 전문가들은 내년 초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부동산세제감면 혜택 기간 종료,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인상, 총부채상환비율(DTI) 유지 등을 불안요소로 꼽는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세제 완화기간 종료다. 하반기 공급물량이 대거 밀려나온 것은 사실상 세제감면혜택 종료가 임박하자 다급해진 주택업계가 막바지 물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월11일부터 내년 2월11일까지 1년간 신규분양 주택 매매시에는 이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감면(서울 제외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또는 면제(지방과 수도권 비과밀억제권역)해 준다.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추가로 내년 6월까지 등기할 경우 취·등록세를 50% 감면해준다. 

업계에서는 내년 부동산세제혜택이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또다시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제완화에 따른 일시적 수요가 크게 줄어들 예정인데다 정부가 출구전략 일환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계는 이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함께 양도세 및 미분양 주택 취등록세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DTI규제와 양도세 감면 등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만 분양시장이 회복된 것처럼 보였으나 지방은 여전히 고사직전"이라며 "지방 미분양에 대한 세제혜택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는 주택공급과 거래시스템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수급조절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석 실장도 "내년 초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계속 이어지고 세제혜택이 끝나게 되는 시점에 맞춰 미분양이 크게 증가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또 한번 냉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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