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축은행 모럴헤저드 근절돼야
지난 1일 검찰이 파산 결정이 난 으뜸저축은행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은행 경영진들은 고객 돈을 유용해 허위 증자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저축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정례화하는 내용의 저축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경영 행태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저축은행 경영진들의 도덕 불감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전체 116개 저축은행 중 1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가운데 12곳은 대주주 불법대출이나 개별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등 경영진의 비도덕적 경영 행태 때문에 부실화했다.
500억원이 넘는 돈을 불법대출하고 사채업자를 통해 돈세탁한 자금을 유흥비와 부동산 구입비로 탕진해 영업정지를 자초한 전북저축은행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파산한 으뜸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 중 예금자 보호기준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 잔액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은 1643명, 금액으로는 45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연일 매서운 겨울 삭풍을 맞으며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와 금융감독원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입고 먹는 걸 아껴 어렵게 모은 돈을 날리게 된 노부부와 중증 장애인들까지 포함돼 있다.
지난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은 저금리로 자금을 끌어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일부 금액을 착복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일삼다가 부도를 맞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쏟아부은 공적자금은 2500억 달러. 당시 S&L 관계자 1852명이 기소되고 이 가운데 1072명이 실형을 살았다.
금융기관의 모럴헤저드는 때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서민금융기관을 자처하면서도 전혀 서민스럽지 않은 행태를 보이는 저축은행 경영진들은 S&L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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