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관치 누르고 금융대전 준비

2009-12-03 17:10

와신상담(臥薪嘗膽). 짧지만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던 터널이 끝났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선임됐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의 수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정치권의 압력 행사와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은 일단 현직 최고경영인의 승리로 끝났다.

   
 
 
물론 아직 강 행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이사회의 정식 결의와 내년으로 예정된 주주총회도 거쳐야 한다.

3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명동 본사에서 제3차 회의를 갖고 9명 전원 만장일치로 강 행장을 회장 후보로 선임했다.

9명의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지난달 1차 회의를 통해 조담 이사회 의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후보 추천 일정과 선임 방법 및 절차가 포함된 회장 후보 추천 절차를 확정했다.

후보군은 21명으로 추려졌으며 20일 2차 회의를 통해 6명으로 압축, 다시 최종적으로 3명의 인터뷰 대상이 정해졌다.

그러나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대표 등 다른 두 후보의 인터뷰 불참 선언으로 KB금융의 회장 선임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청와대 핵심 인사의 측근을 내세운 정치권의 압력과 금융당국의 불편한 심기까지 거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사태를 맞았다.

금융기관의 수장 자리를 정하는데 이처럼 논란이 있었던 것은 한국 금융사에서 찾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금융권에서 가장 안정되고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KB금융지주의 이사회는 '무소불위' 논란 속에 금융당국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철휘 사장은 '고스톱 패' 주장을 펼치며 KB금융의 사외이사제 개편은 물론 후보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회추위는 여러 외압에도 불구하고 단독후보 인터뷰 진행이라는 강수를 뒀다. 회의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강정원 후보는 경영능력이 검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높은 비전을 제시했다"며 "닥쳐 올 금융대전에 잘 대응할 적임자로 평가 받아 3년을 이끌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면서 회장 후보 선임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강 행장은 회추위 이후 차기 회장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빠른 시일 내에 행장을 선임할 것"이라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고 회장 임기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0년 금융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KB금융지주는 4일 이사회를 열고 강정원 회장 선임 건을 임시주총 안건으로 채택한다. KB금융의 임시주총은 오는 2010년 1월 7일 개최될 예정이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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