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늦추기는 '폭탄돌리기'
2009-12-02 19:15
정부, 시기 지연 주장...일각선 "더 큰 위협" 비판
두바이 사태 국내 시장 제한적..점진적 금리인상 나서야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잦아들고 있다. 국내 건설사와 금융기관의 투자규모가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늦춰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자칫 더 큰 혼란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대(對) 두바이 익스포져(위험노출)는 총 880만 달러(두바이월드 3200만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져 528억 달러의 0.17%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분간 중동 건설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 해외 건설이나 플랜트 수주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처럼 두바이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이나 건설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으로 확인되면서 사태 발생 초기 요동쳤던 글로벌 증시와 환율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대응한 결과라는 평가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출구전략 지연의 목소리가 커지는 데 따른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주 TV로 생중계된 국민들과의 대화에서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고 말해 통화당국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대래 재정부 차관보도 최근 기자단과 가진 정책세미나에서 "금리는 한국은행에 물어야 한다"면서도 "금리를 올렸을 때 미약한 투자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출구전략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은행이 최근 2.5~3.5%였던 물가관리밴드를 아래위로 0.5%씩 넓힌 것도 물가보다는 확장적 경기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가관리의 최대치를 4.0%로 높여 저금리로 야기된 팽창적 유동성을 당분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두바이 사태 이후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출구전략 시행을 상당히 늦출 것 같은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며 "여러 부실 처리 노력들이 자꾸 지연되면 더 큰 위험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산시장 거품 붕괴에 대한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확장적 정책기조는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특히 금융이나 건설이 마치 폭탄돌리기를 하는 양상"이라고 꼬집고 "폭탄이 나에게만 돌아오지 않으면 된다는 위험한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도 "지금의 저금리 기조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당국이 자산시장 버블을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점진적인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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