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세계 재정위기 도래하나?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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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악화가 금리상승으로 연결된다는 통상적인 경제논리를 감안해볼 때 이러한 현상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G20 국가들의 경우 재정수지는 위기발생이전에는 GDP대비 -2%이었으나 -8.2%로 국가채무는 위기발생이전 78%에서 위기발생이후 99%수준으로 크게 상승될 뿐만 아니라 적어도 2014년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수치는 대공황발생이후 가장 높은 수치일 뿐 아니라 위험수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재정건전성은 GDP대비 재정적자비율과 국가채무비율로 측정된다.
재정적자비율이 -3%이상을 초과하고 국가채무비율이 45%이상인 경우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고 평가한다.
재정위기국면에서는 금리가 폭등하고 만기도래하는 국채의 차환발행이 되지 않고 신규발행만기가 단기화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재정위기는 환율불안, 해외자금이탈, 국제수지불균형 등 전반적인 위기를 초래한다. 그러나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장단기금리구조는 오히려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 그 이유를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국채금리수준은 현재 상환능력보다는 미래 상환능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대단히 높다 할지라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신뢰할만한 재정건전화방안을 갖고 있으면 오히려 금리는 안정화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미래의 상환능력에 대한 채권투자자들의 우려수준(위험프리미엄)이 금리수준을 결정하게 되는 보다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국채의 수급물량이 금리수준을 결정한다. 대부분 국가채무는 국가가 발행하는 유가증권(국채)을 통해 그 재원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국가채무의 증대로 국채발행을 증대할지라도 신규발행물량에 대한 국채수요가 더 많으면 오히려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셋째, 국가채무증대는 잠재적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겨 금리수준을 상승시킬 수 있다. 국가채무가 증대되는 경우 정부는 인플레를 유발함으로써 국가채무상환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유인을 내재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 인플레목표제 도입 등을 통해 정부의 인플레유발유인은 사실상 유효한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
넷째, 경기불황기에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향후 경기불황이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하면 투자수요가 감소해 유동성자금이 풍부한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지적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말미암아 국가재정의 악화가 금리수준에 미치는 영향력을 선형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
여기서 선형적인 영향력이란 국가재정이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국가재정이 건전할수록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하였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가채무수준이 GDP대비 200%수준에 육박해 선진국가운데 재정건전성이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일본 국채 금리는 1.5%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처로 일본 국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위의 사실을 종합해볼 때, 재정악화가 곧바로 재정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정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조건은 경기침체의 장기화, 민간부분의 낮은 저축률, 해외저축의 낮은 활용, 국채만기구조의 단기집중화, 통화정책의 신뢰성 저하 등이다.
따라서 최근 선진국이 재정악화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장기침체, 국채의 만기구조의 다양화 및 통화정책의 독립성, 투자대비 높은 민간저축(일본), 해외저축의 활용(미국 및 영국 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 차원에서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통해 시장을 설득하는 것이야 말로 재정위기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