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00일만에 권한쟁의 선고
헌법재판소가 사건 접수일로부터 100일째인 29일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선고를 했다.
헌재의 사건처리 기간이 올해 마무리된 사건을 기준으로 평균 587일이나 되는 점을 감안할때 이례적일 만큼 빠른 속도로 심리가 이뤄진 셈이다.
통상 한 사건을 한 명의 연구관에게 배당해 검토하게 했던 헌재는 이번 사건은 수석부장연구관을 팀장으로 하는 공동 연구팀에게 맡겼다.
또 야당 의원들이 7월 30일 국회 표결 당시 화면을 보면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증거조사 신청을 내자 하루만에 국회와 방송국 등에 녹화화면, 속기록, 전자투표 로그기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헌재가 통상적인 경우보다 거의 6배나 빠르게 심리를 진행한 것은 미디어법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려면 법이 시행되는 11월 1일 전에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논란이 되는 개정 미디어법의 핵심 내용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지분참여를 허용, 신문·방송 교차소유를 인정한 것이다.
개정 방송법은 신문과 대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의 지분은 10%로 제한하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은 모두 30% 이내에서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과 관련해서는 2012년까지 신문·대기업의 경영권을 유보하되 지분 소유는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신문사와 대기업은 지상파보다는 수익 가능성이 그나마 보이고 당장 문호가 열린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전문채널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방송정책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따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한 다음 내년초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승인방안을 마련, 모집공고, 심사 등 과정을 거쳐 각각 1∼2개의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미디어법은 신문 구독률이 20%가 넘는 대형 신문사의 경우 방송 진출을 할 수 없도록 사전규제장치를 추가했으며 신문의 광고수입과 발행부수, 유가부수 등을 공개하는 신문사만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구독률 제한으로 방송에 진출할 수 없는 신문사는 없다. 이런 점에서 여론 독과점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타당성이 있다.
개정 방송법은 또 여론독과점 제한을 위한 사후규제 방안으로 방송사업자의 시청점유율이 30%가 넘으면 방송사업 소유제한, 방송광고시간 제한, 방송시간의 일부양도 등 필요한 제한조치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신문이 방송을 겸영하고 있을 때 신문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도록 하는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를 계산할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도입에 따른 매체별 가중치 지수 등을 개발하는 등 신문·방송 겸영에 따른 사후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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