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강남을 외국인 관광코스로 개발하자
세계적인 신종플루 공포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꾸준히 늘고 있다. 엔고열풍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인의 방한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방한이 증가함에 따라 서울 시내 주요 호텔 역시 90% 이상의 객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국인 VIP 및 바이어 의전관광 전문 여행사를 10년째 경영해오면서 느끼는 점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방한 외국인이 즐겨 찾는 곳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경복궁, 덕수궁 등의 고궁과 박물관, 미술관 등을 즐겨 찾는다. 또한 한국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면서 안정된 대치 상태를 보고 안심할 수 있는 비무장 지대 방문도 필수 코스다.
명동, 동대문 등의 쇼핑지, 청계천, 남산타워 등도 언제나 빠지지 않는 단골 명소다.
이같은 외국인 단골 관광코스뿐만아니라 근래 들어 한국이들이 실제로 즐겨 찾는 곳에 방문하길 원하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들의 관광코스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지로는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강남 지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각종 컨퍼런스, 국제 회의 참석차 방한한 외국인들은 주로 한강 이남 코엑스 인근에 머물게 마련인데, 공식 일정 외의 여유 시간에 인근의 숨겨진 명소를 방문해 휴식과 관광을 즐기는 것이다. 한국 전통 문화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현대 서울의 참모습을 몸소 느끼는 것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상가를 방문해 소박한 시장의 모습을 체험하며 큰 감명을 받는 외국인 VIP도 많다.
강남 지역에는 사실 봉은사, 선정릉, 국기원, 김치 박물관 등 한국적 정서와 문화를 물씬 풍겨 한국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는 숨은 관광 명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또 로데오거리, 청담 갤러리거리의 첨단 패션과 예술, 젊음의 열기는 이방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비즈니스 때문에 방한한 외국인들은 값비싼 접대가 아닌 한국인의 현재를, 진짜 한국을 몸소 체험하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호감도를 얻는다. 비즈니스 거래의 성사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경복궁, 인사동 등 구 도심지역에 몰려있던 외국인의 발걸음들이 강남 지역으로 확대 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강남을 외국인을 대상으로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적지않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방문하는 외국인은 늘어나는데 아직 그들을 맞이할 준비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자투리 시간에 방문할 수 있는 마사지, 에스테틱, 각종 미용샵 등은 근본적으로 외국인들은 잘 찾기도, 찾아가기도 힘들다. 차량이 없으면 이동도 불편하다.
외국어가 가능한 전문 관광 코디네이터가 배치된 식당, 외국어로 된 메뉴판과 표지판이 없는 점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국내에는 다수의 여행사가 존재하고 있지만, 개인별 취향과 선호도에 맞는 맞춤형 관광이 가능한 외국인 의전관광 전문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이들 업체를 통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 인프라와 외국어로 구성된 홈페이지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강남구는 의료서비스와 관광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강남 메디컬 투어 홈페이지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시스템이 점차 확대돼야 할 것이다.
2010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한국관광공사는 한류 문화를 앞세워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다. 전시, 컨벤션 유치를 통한 MICE 산업도 정부에서 앞장서서 지원하고 있다. 최첨단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개인별로 최적화된 관광 서비스로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