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지 않은 '임투세 폐지' 논란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세)' 폐지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임투세액공제 폐지방침을 거듭 밝힌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물론 지식경제부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투세 폐지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모습도 새로운 관심꺼리로 등장하고 있다. 재정부의 임투세 폐지방침에 여당 의원들이 야당보다 더 반발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 재정부 vs 지경부 '힘겨루기'
최근 3년간 임투공제에 따른 세감면액은 2006년 2조665억원, 2007년 1조8249억원, 2008년 2조1165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1조9770억원(잠정)이 예상된다.
재정부는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임투세 혜택이 대기업의 투자로 이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단순 보조금 성격으로 변질돼 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체 혜택의 과반(54%)을 넘는 혜택을 10대 기업이 차지할 정도로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왔다는 게 재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투세 폐지로 인해 철강(1352억원), 자동차(999억원), 기계(757억원), 전자·반도체(3618억원), 정유화학(1175억원) 등 주요 5개 제조업종의 세부담이 3584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임투세가 폐지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움츠러들고 있는 제조업 설비투자의지에 찬물을 끼얹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설비투자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의 80% 수준인 37조7000억원으로 후퇴했고, 이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지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에 머뭇거리는 기업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투자세액 공제율을 1% 포인트 인하하면 다음해 설비 투자가 0.35%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10%의 임투공제를 없애면 결과적으로 내년 설비 투자는 약 3.5% 감소할 것이라고 정부에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투세 폐지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 "중소기업이나 지방기업에 대한 선별적 구제방침도 현재로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가운데 임투세 폐지 논쟁은 어느덧 재정부와 지식경제부간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최근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설비투자가 두자릿수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내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지 우려가 많다"며 "그런 각도에서 임투세액공제 폐지 문제는 재고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 정치권, 中企·지역 대안모색 한목소리
이처럼 정부내에서도 엇박자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임투세 폐지의 또다른 논쟁거리로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적 구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임투세가 대기업에 비해서는 수혜율은 적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매우 유용한 제도"라면서 "폐지결정을 하더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관련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임투세액 공제 폐지와 관련해 국회가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별도 구제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해 준다면 정부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기준 중소기업법인이 받은 전체 세액공제액의 67.8%가 임투세에 따른 혜택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임투세 폐지를 대체할 수 있는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제도(중기세액공제)'의 일몰을 3년 연장했지만 이용실적이 임투세 대비 2%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액공제 한도율이 3%로 적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용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세수확충의 차원에서 임투세제의 폭을 일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겠으나, 기업의 투자와 직결되는 세제라는 측면에서 전면 폐지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경제연구소 전문가도 "일몰 연장만으로는 중소기업 지원이 부족하다며 현행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제도 한도인 3%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기업이 기계장치 등 설비에 신규 투자할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투자금액 중 일정액(수도권 과밀억제권역 3%, 나머지 지역은 10%)을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깎아주는 제도. 1982년 이후 8년을 제외하고 약 20년간 유지됐으며, 기업들은 지난해 2조1165억원 등 매년 2조원 안팎의 세 감면 혜택을 받아왔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