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亞 수출주도성장 지속 보장 없어"
2009-10-20 17:04
美 저축 늘리고 亞 내수 진작해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20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주도형 성장의 위험을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열린 아시아와 국제금융 위기를 주제로 한 FRB콘퍼런스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내수진작을 통해 국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저축과 수출 상품에 대한 인위적인 인센티브 정책에 힘입은 무역흑자는 국내 산업과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와 결국 장기적으로 자국민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할 수 없는 경제가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으며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미국과 아시아의 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냉키는 또 금융위기에 따른 해외자본 유입 역조현상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국가 중의 하나로 한국을 꼽았다.
그는 "이로 인해 금융기관간 외화자금 조달시장의 자금이 고갈돼 은행들이 특히 타격을 입었다"며 "한국 원화는 2008년 초에서 올해 3월까지 미 달러화 대비 40%나 평가절하됐다"고 덧붙였다.
버냉키는 다만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의 달러 통화 스와프협정 체결과 세계 경제 회복 등으로 외화자금 조달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덕분에 한국 원화는 부분적으로 회복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세계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한편 아시아 국가들은 내수를 끌어 올려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버냉키는 "미국은 저축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재정적자를 축소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을 통해 유지 가능한 재정의 방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질의 답변과정에서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냉키는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는 미국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며 "오바마 행정부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냉키는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이 향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경제는 올해 1분기에 계속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2분기에는 중국과 홍콩,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의 연간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두자릿수를 웃돌았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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