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요기업 CEO '문책성 사퇴' 줄이어

2009-10-07 17:20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속에 미국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물갈이되고 있다.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정상화한 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용퇴도 있지만 과오에 대한 평가와 분위기 쇄신을 위한 고육지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올해 말까지 CEO직과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루이스는 지난 4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부실한 메릴린치 인수와 보너스 지급으로 파문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회장직을 박탈당한 채 CEO직만 유지해왔다. 같은 이유로 그는 뉴욕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아왔다.

이로써 루이스는 지난 2001년 BoA의 CEO직에 오른 뒤 8년만에 각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게 됐다. 그는 연말까지 퇴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이스가 조기에 사퇴하고 BoA가 조만간 임시 CEO를 선임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도 지난달 말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제이미 다이먼 CEO의 퇴진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자산운용부문 책임자인 제스 스탤리를 투자은행 부문 CEO로 승진시키고 투자은행 부문의 빌 윈터스 등 공동 CEO 2명을 퇴진시켰다.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 겸 CEO도 CEO직을 제임스 고먼 사장에게 물려주고 회장직만 유지하는 등 후선으로 물러나기로 했다.

세계 최대의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알프레드 켈리 사장도 내년 초 회사를 떠나 다른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켈리는 CEO로서 한 기업의 경영을 맡아보고 싶다는 의사를 갖고 있었으나 아멕스에서는 그런 희망이 관철되기 어렵다고 판단,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버설 영화사의 공동 회장을 맡아온 마크 슈무거와 데이비드 린데도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 회사는 5일 마케팅과 배급을 담당해온 애덤 포겔슨과 제작 부문 사장을 맡아온 도너 랭글리를 공동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피아트에 매각된 크라이슬러도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총책임자였던 피터 퐁과 닷지 브랜드 책임자인 마이클 아카비티를 승진 4개월도 안 돼 퇴진시켰다.

월트디즈니도 TV사업부문인 디즈니채널의 리치 로스 사장을 영화부문인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의 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주요 기업들의 경영진 교체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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