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만기도래 자금 잡아라"

2009-10-06 15:21

은행권이 올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정기예금 자금을 붙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 들어 예금금리가 크게 떨어져 자칫 만기 도래 자금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증권 및 보험 상품으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경쟁력 있는 신상품 출시와 주요 고객에 대한 우대 혜택 확대로 자금 이탈을 막을 계획이다. 지난해 말처럼 고금리 특판 예금을 판매하는 등의 출혈 경쟁은 피하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정기예금은 100조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4분기 만기 도래액은 24조1366억원(회전식 정기예금 포함)이다.

신한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만기 도래액은 5조3301억원, 하나은행은 6조8077억원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번 달에만 각각 2조4639억원과 2조9956억원의 정기예금(1년제) 만기가 도래한다.

최근 시중은행 PB센터에는 만기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지 문의하는 상담 전화가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지난해 말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 6~7%대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예금을 팔았지만 최근 예금금리는 4%대에 불과하다"며 "자금을 계속 은행 예금에 넣을까 아니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투자처를 바꿀까 고민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8월 중 예금은행의 수신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3.07%로 지난해 10월(6.31%)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지난해와 같이 고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특색있는 신상품과 주요 고객에 대한 우대서비스로 고객 기반을 지켜낸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출시한 '하나 369 정기예금'의 경우 출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조원 이상을 모집했다"며 "무조건 금리를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의 세일즈 역량 강화, 패키지형 상품 확대 등으로 사회 진출기에 있는 젊은층 고객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369 정기예금' 뿐 아니라 개인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통장, 한국 축구대표팀이 승리할 경우 최고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 등 이색적인 신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장기 거래자나 주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한편 고객 수요를 감안한 신상품을 출시해 자금 이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올리면 결국 대출금리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상폭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금리를 활용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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