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에 국내 수출기업 이상무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불구, 원-엔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받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원-엔 환율 강세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엔 캐리 트레이드를 대신할 정도로 달러 약세가 큰 반면, 엔화 강세는 계속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원-엔 환율이 박스권을 형성하며 안정될 경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은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수출기업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2원 떨어지며 1775.2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25일 1153.9원 이후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초 1570원 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걷혀가면서, 투자자들이 달러 대신 신흥시장(이머징마켓)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수출 감소폭이 수입 감소폭보다 제한적이면서 무역 거래 등에 따른 달러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 이유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원-엔 환율은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어 수출의 환율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엔 환율은 이날 1312.12원으로 전날에 비해 1.86원 떨어지며 마감했다. 원-엔 환율은 8월 평균 1305.52원을 기록한 것처럼 9월과 10월 현재까지 1300원대 초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1분기의 1500원대에 견주면 많이 떨어진 셈이지만, 2분기의 1322원대에 비해서는 변동성이 심하지 않은 것이다.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보다 우리나라 수출 기업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여러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 상황에 놓여 있어 상대국의 통화 가치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9월 들어 반도체(22.8%), 자동차(209.5%), 엑정디바이스(29.4%) 등의 품목에서 전년보다 높은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며 무역수지가 53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월 이후 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계속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9월에도 17억8000만 달러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전년동기 대비 20%가 넘는 무역 수지 감소세를 기록한 것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은 1~8월 평균 34.7% 감소해 우리나라(22.5%)에 비해 손실폭이 더 크다.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한중일 교역관계를 분석하면서 한국의 빠른 수출 회복과 일본의 더딘 수출 회복을 대비시키며 이는 원화 약세와 엔화 강세 등 원-엔 환율에 기인하는 바가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는 IMF 연차총회에 참석중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적정 수준에 대한 시장의 견해를 존중하지만 투기조짐이 보일 경우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 조작 정책을 펼 것"이라며 밝혔다.
정부는 지난주 구두개입에 나서 원-달러 환율의 속도조절에 나선 바 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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