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 기록 삭제 '혼선'…면책자 피해 속출

2009-10-05 18:17

#) 지난 2004년 9월 법원으로부터 면책 판결을 받은 직장인 김성길(39, 가명)씨는 추석 연휴가 끝난 5일 은행을 방문해 대출 상담을 받았다. 파산·면책 기록의 보존 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게 돼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 직원은 대출 신청을 거부했다. 신용정보업체 전산에 아직도 파산·면책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파산·면책 기록의 보존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신용정보법 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전산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면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5일 은행연합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을 기점으로 면책 판결 후 5년이 지난 신용정보는 연합회와 신용평가업체의 전산에서 삭제된다. 또 5년이 지나지 않은 신용정보는 기존 특수기록에서 공공기록으로 명칭이 바뀌어 보존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새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면책자의 신용정보 보존 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게 됐다"며 "특수기록이라는 명칭이 법에 없는 용어라는 점을 감안해 파산·면책 기록을 공공기록으로 새롭게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된 후에도 면책자의 신용정보 기록 삭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 5월 면책 판결을 받은 최민규(47, 가명)씨는 "기존 파산·면책 기록이 공공기록이라는 명칭으로 이동돼 있었다"며 "이제 파산·면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망이 크다"고 호소했다.

면책자의 신용정보가 특수기록과 공공기록으로 이중 등재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 면책자는 "한국신용정보의 마이크레딧 신용등급이 557점 7등급에서 539점 9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며 "기존 특수기록에 공공기록까지 추가로 등재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개정안이 갓 시행돼 신용정보업체들이 정보를 새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은행연합회 신용정보부 관계자는 "5년이 지난 파산·면책 기록은 무조건 삭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아직 공공기록 등에 등록돼 있는 것은 전산 오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존 기간을 줄인 것은 면책자의 조기 회생을 돕기 위한 취지인 만큼 문제가 있는 케이스가 있다면 찾아서 바로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면책자들은 파산·면책 기록을 공공기록으로 분류하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록은 500만원 이상의 국세·지방세·관세 체납 기록이 등록된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된 후 은행연합회는 공공기록 등재 대상에 '법원의 판결에 의해 채무불이행자로 결정돼 등록된 정보'를 새로 포함시켜 파산·면책 기록을 공공기록으로 분류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산·면책자는 세금을 체납하거나 채무가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법원으로부터 기존 채무를 탕감받은 만큼 공공기록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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