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NCR 조항 '유명무실'
자본시장법이 옛 증권거래법과 달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조항을 별도로 추가하고 증권사 재무건전성 감독을 강화토록 했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시행치 않고 있다.
법이 NCR 정보를 모든 증권사 영업장에 비치해 투자자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감독 책임을 진 금융당국은 이를 생략해도 무방하다는 것. 현재 주요 증권사 NCR 비율은 요구 기준보다 훨씬 양호하지만 수시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자본시장 특성을 감안한다면 적극적인 감독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30조 3항에서 "금융투자업자는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해당 분기 말일부터 45일 이내에 금융위에 보고해야 하며, 보고기간 종료일부터 3개월 동안 본점과 지점, 영업소에 비치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은행으로 치면 자기자본비율(BIS) 격인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구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도 양호한 것으로 보는 반면 150%를 밑도는 증권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는다. 은행과 비교하면 50%포인트 규모 자본을 더 쌓도록 요구받는 것으로 그만큼 증권사가 고위험 금융상품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NCR 정보를 본ㆍ지점과 영업소에 비치하고 증권사 홈페이지에도 게시하도록 한 법 조항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문구대로라면 NCR 정보를 영업장에 비치해야 맞지만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를 볼 수 있어 강제하지 않는다"며 "다만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재무건전성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면 관련 업무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법은 새롭게 규정했으나 NCR 정보를 영업장까지 비치할 실익이 적다는 풀이다. 이런 입장엔 삼성ㆍ대우ㆍ현대증권을 비롯한 20대 증권사 NCR 비율이 6월 말 현재 요구 기준인 150%를 400%포인트 이상 웃돈다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건전성을 전혀 의심받지 않던 금융사조차 번번이 되풀이돼 온 금융대란으로 문을 닫고 막대한 손실을 끼쳐 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식에 어두운 투자자를 위해 금융상품을 팔 때 위험등급을 고지하도록 한 것처럼 거래하려는 증권사가 어느 정도 재무건전성을 갖췄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NCR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며 "아는 사람만 금융투자협회를 찾아서 보란 식으로 법을 집행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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