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누적 경고 조치를 받음에 따라 향후 그의 거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현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황영기, 박해춘 등 전 행장들이 물러난 상황서 현 행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보는 지난 25일 예금보험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이 지난해 4분기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를 못 지킨 데 대해 이 행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예보는 이 행장이 수석 부행장 겸 리스크관리 협의회 의장을 맡았을 당시 우리은행이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것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이 행장은 지난 2006년 특별격려금 부당 지급으로 경고를 받은 바 있어 이번 조치로 경고 징계가 누적돼 우리은행장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그의 임기는 오는 2011년 6월까지다.

또 예보가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우리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서울보증보험·수협중앙회 등의 임원 선임에서 3년간 배제된다.

이로써 예보가 지분을 보유한 금융기관 임원 등재는 물론 여타 금융기관의 임원에 오를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행장이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이 또 다시 징계를 받음으로써 조직내에서 리더십을 잃을 수도 있다"며 "리더십을 잃은 행장이 조직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행장도 이 같은 문제들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예보위의 징계 결정을 받은 뒤 '예보의 이번 조치는 직무 수행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도 우리은행의 지속성장과 임직원의 발전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 임직원들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이 행장이 앞으로 징계를 더 받거나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경우 '용퇴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황영기, 박해춘 등 전 행장들이 MOU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이상 수차례 예보의 징계를 받은 현 행장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 있겠느냐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징계로 이 행장이)앞으로 외부 공격을 방어해 낼 논리 및 정당성이 축소됐고, 우리은행을 이끌어 갈 힘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매각될 경우 이 행장은 이 같은 우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MOU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예보와 맺은 것으로 우리은행이 매각돼 최대주주가 바뀌면 이 계약도 자동 해지된다.

예보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대주주가 바뀌어 이 계약이 소멸된다면, 이 행장은 연임하거나 다른 금융사로 재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