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최근 화두는 ‘이종(異種)결합’
국내 산업계에 최근 들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제휴와 협약이 줄 잇고 있다. 통신업체가 자동차 회사나 증권사, 보험, 극장, 식음료, 인터넷 쇼핑몰 등과 결합하는 일들이 빈번해 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날로 급변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해 지자 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만들어 살아남기 위해 ‘이종(異種)결합’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종결합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 힘을 합하는 일종의 윈-윈효과가 커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발휘한다. 대형 수요처를 확보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신흥 시장에 진입할 때도 여러 가지 기술적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KT는 현대자동차·동부증권·AIG보험·CGV·한국야쿠르트·G마켓 등 다양한 업종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종 업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달 말부터 연간 1056억 규모 LCD패널을 교차 구매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도 최근 들어 이종결합에 적극적이다. 삼성·LG·KT 등 국내 대기업들과 힘을 합해 새로운 기술들을 선뵈고 있다. 최근에는 차안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KT와 손을 잡았다. 계열 부품사인 모비스도 지난달 말 LG화학과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위한 생산 합작사를 설립키로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철강사인 포스코와 SK에너지는 지난 7월말 청정석탄에너지 생산공정 협력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각각 1조원과 5500억원 투자하고 정부도 25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현대중공업과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4세대 LCD 운반용 로봇을 공동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미 로봇 60여대가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 설치됐다.
SK텔레콤과 르노삼성은 지난 4월 이동통신 위치추적 기술(GPS)을 결합해 운전자가 휴대전화로 차량을 원격 조종하고 교통·생활 등 편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모바일 텔레매틱스’ 시범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GS칼텍스와 삼성토탈은 지난 3월부터 석유화학제품 잉여 부산물인 유분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삼성토탈이 GS칼텍스에 연간 7만t씩 공급키로 한 바 있다.
이처럼 신흥 시장 진입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고, 추가 투자비도 절약할 수 있는 산업계의 이종결합에 대해 정부도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다양한 결합상품들이 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에서 열린 미래기획위원회 제5차 보고회에서 “강력한 경쟁자와 힘을 합치는 것이 더욱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 대기업 간 협력, 중소기업 간 협력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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