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새 진용, 중도실용 비상이냐 추락이냐

2009-09-07 16:28

李대통령, 최대 과제 민생·일자리 창출…맞춤형 정책 선보일 터
토목공사·감세 등 정운찬과 기본 노선 달라 엇박자 우려

이명박(MB)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 기용, 친서민 행보에 주력하면서 집권 중반기 화두로 내건 ‘중도실용’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지역·이념·정파를 떠나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며’ 국민 통합에 앞장설 계획이다.

그러나 반MB 기조가 뚜렷한 정 총리 내정자 등과의 정책 엇박자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중도실용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친서민 행보 가속도 내는 MB

이 대통령은 7일 제23차 라디오 연설에서 “지난주 정운찬 국무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을 새로 모셨고 청와대도 개편했다”며 “새 진용은 중도실용 정신을 바탕으로 민생과 일자리 챙기기를 정책의 가장 앞자리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시장상인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이 꿈과 희망을 유지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장애인 정책과 관련, “일자리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정부는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장애인이 만든 제품의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주는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향후 이 대통령이 현장 방문 등 서민행보에 주력하는 한편, 서민공감형 정책을 발굴하고 실천방안을 마련하는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세제 지원, 보금자리 주택 등 친서민정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청와대의 자체판단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최근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가 가장 중요하며 이명박 정부가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실용을 전면에 내걸고 친서민 정책을 생산하면서 국정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은 “9·3 통합형 개각을 통해 부자내각, 지역편중 내각 이란 오명에서 벗어났다”며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현장에 가서 ‘서민코드’를 맞춰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놓고 엇갈리는 MB-정운찬

이처럼 서민공감정책 마련에 급피치를 올리기 위해선 정 내정자와 우선적으로 경제정책 코드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현정부와 정 내정자간 이견을 드러낸 정책은 감세와 4대강 사업 등이다. 정부는 소득세·법인세 감세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인 반면 정 내정자는 감세가 소비증대에 효과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정 내정자는 4대강 사업에 예산이 편중되는 데 대해 “아직 검토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도 방점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공사나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 내정자는 토목공사 보단 교육, 연구개발(R&D), 중소기업 육성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정 내정자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정 내정자 간 경제관 자체가 틀리다”며 “이 대통령이 희망프로젝트, 건설직 등 단기일자리 마련에 치중한다면 정 내정자는 보육교사, 노인돌보미, 방과후학교 선생님 등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명목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502조79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501조2095억원 보다 0.2% 증가하는데 그쳐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서민과 중산층 일자리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7월) 월평균 14만명의 일자리가 감소했고 같은 기간 36시간 이상 정규직 일자리는 월평균 30만2000명이 줄었다. 90조원에 이르는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의 예산 집중 철회를 통한 사회적 일자리 확보를 위한 관련 예산 증액 요구가 정 내정자 측에서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정부관계자는 “그간 총리는 경제정책 추진에 한발 물러나 있던 게 사실”이라며 “정 내정자가 현정부 기조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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