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금리상한형 주택대출
은행권의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이 출시 2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중금리가 올라도 대출금리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이점을 갖고 있지만 높은 가산금리가 대출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금리 하락기에 높였던 가산금리를 대출금리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최근에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리상한형 대출이 '파생상품'으로 분류되면서 은행들이 판매를 꺼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6%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CD금리는 지난 한 달간 0.16%포인트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뛰면서 금리상한형 대출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상한형 대출은 가입시 금리상한선을 설정할 수 있어 시중금리 상승기에는 최초 설정한 상한선 이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고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도 따라서 내려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일선 영업점의 경우 금리상한형 대출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당초 상품을 출시하며 선전했던 것과는 달리 금리 상승기에도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금리상한 약정에 가입하면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가산금리(옵션 프리미엄) 때문이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시중금리가 급락하자 금리상한형 상품의 이자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옵션프리미엄을 최대 4배 이상 올렸다. 금리 하락기에는 금리상한형 상품을 이용하는 대출자가 거의 없는 만큼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고 시중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은행들은 옵션프리미엄을 다시 낮추지 않고 있다. 결국 금리 상승기를 대비한 상품으로서의 효용성이 사라진 셈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을 받은 직장인 최모(38)씨는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금리상한형 대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러나 은행 대출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옵션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일반 대출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고 전했다.
국내 금융권 최초의 금리상한형 대출 상품인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은 지난해 0.48%의 옵션프리미엄을 적용했으나 4일 현재 1.85%까지 올라갔다. 일년새 4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8월 말 현재 이자안전지대론 잔액 규모는 1조9400억원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금리상한모기지론' 옵션프리미엄도 첫 출시 당시 0.4%에서 최근 1.80%로 껑충 뛰었다. 외환은행과 SC제일은행도 뒤늦게 금리상한형 대출을 출시했지만 높은 옵션프리미엄 때문에 판매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지난해 말과 올 2월부터 금리상한형 대출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판매 실적이 미미한데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리상한형 대출이 '파생상품'으로 구분돼 판매 과정이 까다로워져 판매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