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에 휘둘리는 '세종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의 수정 추진’ 발언으로 세종시 건설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세종시 건설 논란의 불이 붙었다. 정부는 “원안대로 추진한다”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당초 정략적 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향후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세종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에서 출발했지만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선고를 받으면서 1차 위기를 맞았다. 충청권 민심을 얻기 위해선 행정수도 이전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했던 노무현 정부는 고심한 끝에 행정수도는 바꾸지 않되 행정관청 일부 이전을 포함해 문화, 의료, 연구 등 복합 기능을 갖춘 도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2007년 7월 세종시 착공식이 열리며 본격 조성작업이 시작됐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세종시 건설은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여전히 토목공사를 시작하기는커녕, 땅을 다지는 기반공사를 하고 있으며 포크레인 3대, 불도저 1대, 15t 덤프트럭 등이 돌과 흙을 나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는 도시건설 사업에 착공한 이래 부지조성, 광역도로, 정부청사, 첫마을 등 건설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22조5000억원(정부 8.5조원, 토지공사 14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지난8월말 현재 5조3700억원(23.86%)를 추진했다.
정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시종 의원측은 “정부에서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것을 백지화 또는 최소화하기 위해서 여러 카드를 갖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교육과학도시를 만들고 교육과학기술부만 보낸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측은 “정 총리 후보자가 경제적 효용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세종시에 대해 깊이 파악하지도 못한 채 원안 추진이 어렵다고 말한 것은 무책임하다”며 “정 후보자의 말은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한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건설청 관계자는 “공정을 매달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치적 이해 때문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지, 실무차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치싸움만 아니면 이곳은 참 아름답고 좋은 도시인데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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