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호주 3대1 격파
한국 축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무대를 향한 두 번째 모의고사에서 '아시아의 유럽' 호주를 상대로 축포를 세 발이나 쏘아 올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박주영의 선제골과 이정수의 추가골, 설기현의 쐐기골로 한 골에 그친 호주를 3-1로 물리쳤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달 12일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1-0으로 꺾은 데 이어 월드컵 최종예선 후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본선 16강 진출 목표에 청신호를 켰다. 호주와 역대 A매치 상대전적도 최근 3연승을 달리며 6승8무7패로 박빙을 이뤘다.
허정무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이던 지난해 1월 30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0-1로 진 후 25경기 연속 무패(13승12무) 행진을 벌였다.
한국은 10월 14일 세네갈과 평가전을 치르고 11월 14일과 18일에는 유럽 예선 1위 팀과 차례로 맞붙는다.
허정무 감독은 신·구 스트라이커 박주영과 이동국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캡틴' 박지성과 이청용을 폈다.
중원에는 김정우-기성용 조합을 낙점하고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김동진-이정수-조용형-이영표를 세웠다.
'지한파' 핌 베어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호주는 194㎝의 장신 스트라이커 조시 케네디를 최전방에 포진시켰다.
A매치 일정을 둘러싼 축구협회-프로연맹 간 갈등 때문에 K-리그의 대표 차출 거부 직전까지 갔던 우여곡절 끝에 열린 경기임에도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지켜보려는 4만여명의 관중이 찾아 오랜 만에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위인 '사커루' 호주는 유럽 스타일의 강한 체력과 높이를 앞세워 승리를 노렸지만 해외파 6명을 선발로 배치하는 강수를 둔 한국(FIFA 랭킹 49위)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B조 1위(4승4무)로 7회 연속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룬 한국과 A조 1위(6승2무)로 최종예선을 통과한 호주는 무패 행진을 벌인 맞수답게 초반부터 탐색전을 펼쳤다.
하지만 한국의 간판 골잡이 박주영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터져 나왔고 7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이청용이 '도우미' 역할을 했다.
이청용은 경기 시작 4분 상대 미드필드 지역 오른쪽에서 백패스를 하던 쉐인 스테파누토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을 가로채 오른쪽 페널티지역으로 침투하던 박주영에게 전진 패스로 찔러줬다. 박주영은 수비수 한 명을 달고 쇄도하면서 오른발로 강하게 찼고 공은 반대편 골문을 꿰뚫었다. 골키퍼 마크 슈워처가 몸을 던져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달 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1-0 승리에 앞장섰던 박주영의 두 경기 연속 득점으로 A매치 13호골.
공격 주도권을 쥔 한국은 전반 18분에는 박주영이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슈워처가 박주영의 기습적인 슈팅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공세를 수위를 높여가던 한국이 전반 20분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서 기성용이 크로스를 올렸고 왼쪽 골지역에 있던 김정우가 살짝 발을 대 공을 떨어뜨리자 이정수가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수비수 이정수가 A매치 13경기 만에 사냥한 마수걸이 골이었다.
한국은 전반 31분 기성용의 빨랫줄 같은 프리킥과 1분 후 김동진의 다이빙 헤딩슛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두 차례 모두 공이 크로스바 위를 넘어갔다.
0-2로 끌려가던 호주가 거센 반격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호주는 전반 33분 왼쪽 프리킥 찬스에서 마크 브레시아노가 공을 길게 올려줬고 오른쪽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든 패트릭 키스노브로가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틀어 한 골을 만회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다음 날 경기가 있는 국내파 기성용과 이동국, 김정우를 빼고 염기훈과 설기현, 조원희를 기용했다. 설기현이 박주영과 투톱을 이루고 염기훈이 왼쪽 날개를 꿰차면서 박지성은 조원희와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다.
한국은 후반 7분 박주영의 슈팅이 수비수 몸을 맞고 굴절됐고 2분 후 김동진의 헤딩슛도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허 감독은 후반 25분에는 이청용을 불러들이고 코뼈를 다쳐 검은색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쓴 김남일을 투입했다. 김남일로서는 지난해 9월 11일 북한과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이후 1년여만의 복귀 무대였다.
박주영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한국이 설기현의 득점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캡틴' 박지성이 왼쪽 하프라인 부근부터 20여m를 단독 드리블한 뒤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고 설기현이 헤딩으로 내리찍어 쐐기골을 뽑았다. 골키퍼가 잡았지만 공이 골라인을 넘은 것으로 확인돼 골로 인정됐다. 설기현으로서는 지난해 2월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3차 예선 이후 1년 7개월여만의 득점포였다.
태극전사들은 '거미손' 수문장 이운재의 신들린 선방 속에 2점차 리드를 지켜 기분 좋은 안방 승리를 자축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