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GDP 2.6% 증가...경제회복 날개 달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뻗어나가자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전망는 낙관론보다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주 언급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비애가 주요 근거였다.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 특히 금융위기의 시발국인 미국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고 제1의 무역대상국인 중국도 세계의 생산 공장일 뿐 소비시장의 역할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공항 이후 최대 위기"라는 우려와 불안이 지배했던 1년을 보낸 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국가가 됐다.
여전히 고용과 투자가 부진하지만 경제성장률과 자산시장 시중 금리 등은 경기회복 기조가 확연하다.
정부는 유가와 세계경기 회복 지연 등 경제 하방위험을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지만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조율하는 것은 1년 전만 하더라도 '감히' 생각지 못한 것이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보다 2.6% 증가했다고 한국은행이 3일 밝혔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2.2% 감소했지만, 1분기 전기대비 GDP가 0.1%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특히 정부는 2분기 전망치를 0.7%→ 1.7% → 2.5%로 세차례나 높였는데도, 실적은 그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3분기 성장률도 2분기의 가파른 성장에 따른 기조효과로 0%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1%내외의 성장을 보일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하반기 중 전기비 1% 내외의 성장세가 예상되며 연간으로 당초 전망치 마이너스 1.5%를 달성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4분기 예산 10조원 가량을 3분기에 앞당겨 쓰는 한편 공기업을 동원해 내년 투자를 올해로 앞당기도록 주문해 경기 하방 위험성을 줄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주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기인하는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경기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민간의 재고 조정에 따라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각각 3.3%포인트, 2%포인트 낮아졌지만,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재고증가에 따른 성장 기여도는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7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0.7% 증가해 10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경상수지도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보이면서 사상최대의 상반기 흑자 21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완연하자,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피치는 지난 1~3일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올린 데 이어 11개 공기업과 5개 국책은행의 등급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경기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에 먼저 반영되고 있다.
8월의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800만원을 웃돌아 금융위기 발생 전인 지난해 8월 수준과 비슷해져 '과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주가는 1600포인트를 넘어 오히려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해 9월 1일의 주가(1448포인트)를 넘어섰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14로 7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보다는 유동성 과잉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5.6%라는 높은 물가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2% 상승해 6개월만에 반등했다.
향후 원유의 수요증가와 원자재 가격상승, 환율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물가'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윤 국장은 "물가는 작년 기저효과로 8월에 저점을 찍고 상승해 연간으로 2% 후반 정도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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