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광화문통신) 토종기술 '와이브로'의 비애

2009-09-03 18:23

정부가 지난 2일 'IT 5대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IT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IT융합, 소프트웨어, 주력IT, 방송통신, 인터넷 등 5대 핵심전략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89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14조1000억원 중 12조6000억원을 중기 재정계획에 반영했고,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 확충을 통해 새롭게 1조5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민간도 설비 109조7000억원, 연구개발 65조5000억원 등 총 17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여기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보고한 와이브로(WiBro), 인터넷TV(IPTV), 3DTV의 조기 활성화 전략이 포함돼 있다.

방통위는 미래전략 보고에서 와이브로의 사업성을 제고하고 효과적인 전국망 구축을 추진하는 한편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미래전략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일 서병조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은 "사업자들이 구축해놓은 와이브로망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조만간 사업자들의 투자계획 평가를 마무리해 제재 조치의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또 "전국망은 촘촘히 구축하라는 뜻이 아니고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투자방식은 보고서에 담지 않았고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수익이 없는 사업을 미래전략에 포함한 자체도 문제고, 이런 사업에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전략에 KT, SK텔레콤 등 와이브로 사업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브로 전국망 투자를 위해서는 최소 3조원의 투자비가 소요된다"며 "현재까지 8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앞으로 투자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가 와이브로에 대한 뾰족한 대안 없이 투자만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와이브로 시장이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로 사업권을 가진 KT와 SK텔레콤은 그동안 이 사업에 1조4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하지만 가입자는 23만명 정도에 불과하고 연간 매출도 3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조원이 소요되는 전국망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이 사업자들에게 먹힐리 만무하다.

최근 이석채 KT 회장이 제안한 정부-민간 공동투자와 같이 와이브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약속이 선행돼야 사업자들도 확신을 갖고 투자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것도 정부가 투자이행 조건으로 사업권을 준 사업자에게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국민의 세금을 쓴다는 모순 때문에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우선 토종기술인 와이브로를 차세대 서비스로 육성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시장을 면밀히 조사, 검토해 성공 가능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후 시장 활성화부터 와이브로의 4세대(G) 표준 문제까지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토종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집중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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