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주강국을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2009-09-02 19:38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부장
김병호 산업에디터겸 IT미디어부장 |
우리가 쏘아 올리는 첫 우주발사체였기 때문에 기대가 대단했다. 발사가 연기될 때마다 국민 모두가 가슴을 조여야만 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로호는 7번이 연기된 후 8번째 남해 상공을 치솟았으나 페어링 (위성보호덮개)이 한쪽만 분리되는 바람에 궤도를 이탈하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26일 새벽 나로호와의 교신을 시도했지만 아무 신호도 없었다.
과학기술 위성2호가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지 아니면 추락하는 과정에서 불에 타 없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는 이륙 9분 뒤 고도 306Km에서 과학기술 위성2호와 분리되어야 했지만 실제는 예정보다 36Km나 높은 고도 342Km 지점에서 분리됐다. 결국 나로호 위성은 목표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니 "절반의 실패"니 하는 의견이 분분했다. 비록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올려놓지는 못했지만 나로호는 잘 발사돼 성공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로 발사가 됐어도 페어링 문제로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엄연히 실패라는 주장이 상존했다.
나로호 위성을 두고 실패와 성공 논쟁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나로호의 실패를 성공을 향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성공의 뒤에는 무수한 실패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실제로 미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위성 강국들도 첫 로켓의 발사 성공률은 평균 27%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위성 발사를 위해 지난 7년간 5000여억 원의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막대한 비용때문에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씨앗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돈과 시간을 아까워하면 우주강국은 불가능하다.
국민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나로호가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첫 번째 교훈은 우주 강국을 향한 꿈은 이제부터 라는 것이다. 세계 10번째 우주클럽 국가의 꿈을 향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해 “지혜로운 자는 실패를 통하여 다시 큰 성공을 거두고 지혜롭지 못한 자는 실패를 통하여 좌절한다”고 한 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내년 5월에 발사될 2번째 위성을 염두에 두고 “내년 봄 꽃피는 좋은 계절에 국민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 바란다”고 한 말은 큰 용기를 준다.
두 번째 교훈은 우주를 향한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을 띄우고, 달나라에 사람을 안착시키고, 우주왕복선을 보내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우주 발사체에는 30여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얼마나 험한 길인가.
세 번째 위성은 미세한 실수나 결함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5월 나로호를 2번째 발사한다.
앞으로 9개월의 시간이 있으니 첫 번째 발사에서 미비했던 점을 찾아내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첫 번째 발사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우주기술은 몇 단계 도약한다고 봐야 한다.
항공우주연구원·러시아 측은 이번 실패의 원인 규명을 위해 한ㆍ러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사고 원인 조사가 내년 5월의 2차 발사를 위한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러시아가 개발한 1단계 추진 로켓은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있는데 이에 대비도 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위성 발사 기술의 확보다. 나로호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로켓발사를 통해 위성을 정해진 궤도에 진입시키는 기술이다. 과학기술 위성은 로켓의 답재체이다.
러시아는 위성을 밀어 올리는 기술을 공개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빨리 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언제까지 외국에 의존할 수 없다.
한국은 오는 2018년 독자적인 우주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중국 등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손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위성은 그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우주강국의 꿈을 향해 돈을 투자하는 것을 아깝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우주를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