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은, 기준금리 인상 판단 올바른가

2009-09-07 15:36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고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는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화려한 볼거리로 국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영화는 예언자들의 예지를 토대로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범죄예방국'의 얘기를 다룬다. 영화에서 예방국은 예언자의 예지를 통해 범죄 발생률을 크게 낮추는 등 맹활약한다.

하지만 예방국은 결국 예언자들의 예연의 한계와 당국의 오판, 소수의견을 무시하는 업무 프로세스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문을 닫게 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금융 위기 이후 국내 통화정책 당국인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에서 범죄예방국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조사활동을 통해 국내 경기를 진단하고, 향후 경기 전망을 토대로 시장 유동성을 조절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한은의 판단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한은은 정책금리 인하, 통화안정증권 발행, 외환스와프 자금 공급 등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금융기관의 부실화 가능성을 상당부분 상쇄했다.

덕분에 금융위기의 실물 전이가 차단되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정성이 크게 나아지는 등 우리 경제 회복세의 숨은 공로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은은 몇 개월 전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유동성 과잉 및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기준금리를 올리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모처럼 활력을 찾던 실물 경제가 또 다시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이달 금통위가 오는 10일 열린다. 이달에도 한은은 여러 경제 전망을 통해 기준 금리를 올리려는 '예언자'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한은의 경제 전망과 정책 기조가 성공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한은이 기업 입장을 배려치 않은 채 정책을 벌였다 실패할 경우 '실패한 예언자'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일반 기업들은 아직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난 6월 전년 동기대비 협의통화(M1, 평잔) 상승률은 18.5%로 지난 4개월 연속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그렸다. 반면 광의통화(M2, 평잔)는 기업의 원화대출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13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서 기준 금리가 오를 경우 자금 여건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저금리 자본에 의존하던 중소기업에 자금난이 가중될 경우 실물경기 회복은 요원해 질 수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