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본시장법 운용, 엄격한 관리만이 능사는 아니다.

2009-08-30 15:52

   
 
 
증권부장 임춘성

"자본시장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생각 한다.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는 단계가 되면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자연스럽게 탄생해 우리가 바라는 한국형 투자은행(IB)도 출현할 것이다”

지난 26일 본지가 주최한 ‘자본시장법 시행과 향후 과제’ 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회 포럼에 참석한 금융당국자가 밝힌 자본시장법 시행 6개월에 대한 평가다.

관련업계는 자본시장법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자본시장법이 자본시장의 지각변동을 초래하는 사안인 만큼 시행 초기 어느 정도 혼선은 예상됐었다. 

그러나 업종별 칸막이를 허물자는 것이 법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와 이행상충 방지 등 위험관리만 강조해 사업기회는 법 시행 이전이나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업계의 지적은 분명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법 시행 이후에도 금융투자업 빗장을 그대로 묶어두고 엄격하게 관리만 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의 당초 취지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통법이 시행된 지난 2월4일 이후 금융투자회사의 신사업 인가 신청은 29건에 불과하다.

신청한 업무도 금융당국이 1단계로 겸업 개방을 허용한 '장내파생상품(선물업) 매매 또는 중개업'이 대부분이다. 이 중 18곳이 지난달 예비 인가를 받은 데 이어 8곳이 본인가를 신청했지만 인가를 받은 곳은 1곳에 불과하다.

국내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업체가 200곳이 넘는다. 이들 업체들이 자본시장법에 맞춰 신사업을 준비한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자본시장법에 맞춰 증권, 투신업계가 한국형 IB를 꿈꾸며 사업다각화를 준비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는 시원하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편으론 금융당국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금융투자업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점에 공감한다.

법에선 규제를 풀었지만 시행령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갑작스런 복병 때문에 미국 등 선진금융시장도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우리 정부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분한 자기자본과 위험관리, 내부통제 등에 대한 질적 심사를 통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인가를 내주겠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상·하위법이 사업 확대의 걸림돌이라는 생각이다. 자통법은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특정 내용만 규제하는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 감독규정 등은 과거 규제가 여전하거나 열거주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법에서는 주식연계워런트(ELW) 등 장외파생상품을 새로 발행 상장할 수 있는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요건을 영업용순자본비율 300% 이상에서 200% 이상으로 완화했으나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은 여전히 300%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사내 차이니즈월(정보교류 차단장치)제도를 착실하게 준비해 시행했지만 금융당국은  집합투자업 인가에 미온적인 것은 업계의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의 합당한 조사감독과 평가를 통해 불요불급한 규제가 아니라면 융통성 있는 자본시장법 운용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특히 은행과 증권 업종 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과 관련한 양 업계의 이해관계는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이 또한 금융당국이 발 벗고 나서서 매듭을 풀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분야별 금융자격증도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자격증 제도를 과감히 정리하는 자격증 일원화 대책 마련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