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양자대화 조건 절충 움직임
북한과 미국이 북핵 대화의 형식과 조건을 절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미국 측에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9월 중 방북해달라는 초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당국간 협상의 성사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간) "보즈워스 대표든, 성 김 미국측 6자회담 대표든 북한에 갈 계획이 없다"며 내달 중 평양에서의 북미간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이 북한에 양자대화는 6자회담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던 점으로 미뤄볼 때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초청 수락 거부는 예상됐던 결과로 볼 수 있다.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의 요청을 수락하고 평양을 방문해 북미간 첫 공식 대화를 개시할 경우 6자회담 다른 참가국들과의 공조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과의 대화는 환영한다"면서도 "북미 양자대화는 오로지 다자대화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도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는 6자회담 틀을 벗어난 북미 양자대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북미 양자대화의 전제를 놓고 미국의 입장에서 '미세조정'이 이뤄지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켈리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동의하지 않으면 양자대화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동의'를 북미 양자대화의 전제로 제시한 켈리 대변인의 이날 언급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할 경우, 6자회담 재개전이라도 북한과 양자대화를 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북한 측의 초청 의사에도 불구하고 보즈워스 대사의 방북을 거부하면서도 대화 무드를 차단하지 않고 북한 측에 재차 '공'을 되돌리면서 6자회담 복귀 약속을 촉구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쉽게 번복하기는 힘든 상황이고, 미국으로서도 6자회담 틀을 벗어난 양자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북미 양자대화를 위한 형식과 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