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서거) DJ 통역사 "배려 넘치는 따듯한 분"
2009-08-21 01:12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외국 조문객의 통역을 도맡는 여성이 있다. 바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통역사 변주경(36.여)씨다.
그는 지난 1년여간 해외든 국내든 주요 일정이 있을 때마다 고인과 동행하며 늘 한 발짝 뒤에 서 있었고,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뒤에는 이희호 여사 등의 통역을 맡기 위해 병원을 자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하기 나흘 전인 지난달 9일 영국 BBC 방송과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통역을 맡았던 이도 변씨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하신 이후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마음을 졸였다"며 "서거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땅이 꺼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변씨가 가장 큰 감명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의 성품은 '노력하는 자세'였다.
김 전 대통령은 변씨에게 연설문을 읽어 녹음해 달라고 부탁한 뒤 억양과 숨 고를 부분까지 상세히 표시한 원고를 들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
변씨는 "(김 전) 대통령께서 회의장에서 전달력 있게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께서 적으신 메모 중에 '내 인생에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힘껏 살았기에 후회는 없다'는 부분이 있는 걸로 안다"며 "인생에서 닥치는 어려움을 숙제라 생각하고 잘 해치우신 것 같다"고 말했다.
변씨는 김 전 대통령을 "배려심 넘치는 따뜻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어가 수준급이었던 (김 전) 대통령께서 통역을 듣고 있다가 내가 빠뜨린 부분이 있으면 무안하지 않게 배려하며 지적해주시곤 했다"고 고인의 온화한 성품을 떠올렸다.
김 전 대통령은 오찬ㆍ만찬에 배석해 통역하느라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던 변씨에게 늘 "밥을 못 먹어서 어쩌니. 미안하다"며 일이 끝나자마자 식사를 하도록 배려하고 "수고했다. 잘 했다"는 말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건넸다고 한다.
변씨는 "다른 통역사들에 비해 (김 전) 대통령을 모신 기간이 길지는 않은 편이지만 1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도 내게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 생기게 해 주셔서 존경심이 들었다"며 "내게는 정말 고마운 분인 대통령께서 하늘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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