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금리·수수료↑..서민들 압박
2009-08-16 09:56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중금리가 들썩이면서 금융권의 각종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생활물가가 뜀박질을 하는 가운데 카드 수수료 등 금융 비용도 함께 올라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은행들은 앞으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도 깐깐하게 한다는 방침이어서 `금융약자'들의 어려움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이번 주 기존 대출자에게 적용하는 3개월 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71∼4.41%로, 지난 6월 말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는 이보다 훨씬 높은 5% 중후반이 적용된다. 3년짜리 고정금리는 6월 말 5.23∼6.93%에서 이번 주 5.54∼7.24%로 0.31%포인트나 올랐다.
금리인상의 `무풍지대'였던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도 올라 개인 대출금리보다 더 높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면서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대출 한도도 줄였기 때문이다.
회사원 윤모(36)씨는 얼마 전 서울의 한 아파트 신규 분양에 당첨돼 중도금 집단대출 계약을 체결하려고 A 은행을 방문했다가 은행이 중도금 대출 금리를 5.65%로 제시해 깜짝 놀랐다.
그는 "단체 대출임에도 이 은행의 개인 신규 대출 고시금리(4.55~5.65%)의 최고 금리와 같은 수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신규 대출자용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5.45%인 B 은행도 집단대출에 연 5~5.5%를 적용하고 있다. 집단대출 금리는 통상 개별 주택대출 금리보다 0.5~0.7%포인트 낮다.
중견 건설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집단대출 금리를 높이고 중도금 대출한도마저 줄이면서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을 60%까지 적용받지만, 최근에는 중견 건설업체조차 40% 정도밖에 적용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뿐 아니라 각종 금융 수수료도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어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을 늘리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 4월부터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종전 0.5%에서 0.55%로, 부산은행은 0.4%에서 0.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현대, 롯데, 삼성카드 등 전업카드사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율을 0.05~0.1%포인트 정도 올린 상태다.
보험사들은 올해 초 시중금리 하락을 반영해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내려 보험료가 인상되고 기대수익은 낮아졌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춰 보험료가 5%가량 인상됐다. 예정이율이 인하되면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는 올라간다.
생보사들의 공시이율의 경우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은 지난 1월 연 5.1%, 연 5.3%, 연 5.2%였으나 이달에는 각각 0.6%포인트씩 낮아졌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보,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 손보사들의 공시이율은 올해 1월 모두 연 5.6%에서 8월 연 5.2%로 하락했다.
증권 부문에서는 공모펀드에 대해 증권거래세(매도금액의 0.3%)를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공모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 비과세 조항의 폐지 문제도 검토 대상에 올린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로 일몰 시기가 잡혀 있는 해외펀드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조항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종 금리와 수수료가 오른 반면 대출 한도는 줄어들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으면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지고 대출이자도 많이 물게 될 전망이다.
우리, 하나은행 등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따라 적용 금리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따지던 담보 손실률 외에 원리금 상환능력과 현금흐름을 추가 고려한다는 것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으면 회수율도 낮을 가능성이 커 금리를 차등화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신용등급별로 차등금리를 적용할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신용등급이 7~10등급으로 낮은 대출자는 심사역이 직접 심사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대기업보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의 대출 사정도 팍팔해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심사를 강화해 '한계기업'을 상대로는 대출을 적극 회수하고, 신규 대출은 자제하는 쪽으로 돌아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올해 말까지 부실여신비율을 1%로 낮추라고 요구해 대출 여력도 많지 않다.
내년에는 올해 만기가 연장된 약 160조 원의 중소기업 대출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금리가 오르고 대출심사가 강화되면 부실 가능성도 우려된다.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을 때 내는 보증료도 내년부터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보 관계자는"지난 3월에 보증료을을 0.15%포인트 인하한 조치가 올해 말로 적용이 끝난다"며 "이를 연장할지 여부는 경제상황에 달려 있지만 현재로서는 보증료율 정상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고 말했다.
신보는 보증료율 인하로 올해 보증료 수입예상액이 380억원 가량 줄었다. 그 만큼 중소기업이 치르는 금융비용을 덜어줬지만,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금융권은 앞으로 대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해 4분기 중에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3분기 GDP가 비교적 탄탄하고 미국경제도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면 한은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언제 금리를 인상할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금통위원들이 경제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인상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중금리의 상승에 대비해 은행들에 고정금리형 대출의 확대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대출이자 등이 늘어나면 서민과 중소기업 등 금융약자들의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큰 틀에서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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