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재검토해야"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용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무능이 미국 정부의 여기자 구출과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이런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대북정책의 방향으로 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남북관계는 정부 출범 이후 파탄위기에 빠졌다.
북한은 지난해 3월27일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남측 당국 직원을 전원 추방했고, 7월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이 발생해 우리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북한은 6ㆍ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무조건 이행, '비핵ㆍ개방ㆍ3000'폐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같은해 12월1일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육로통행을 제한했다.
지난 1월17일 북한은 ‘전면대결태세’라는 군사적 대응을 공식 선언했고, 같은달 30일에는 남북간 군사ㆍ정치적 합의를 무효화하고, 남북기본합의서 및 부속합의서 중 서해해상경계선(NLL) 조항을 폐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결국 4월5일 북한은 2006년에 이어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얼어버린 남북관계는 수치상으로도 증명됐다. 한반도 통일의 진척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남북통합지수(IKII) 또한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한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 통합지수는 1000점 만점에 209.5점으로 전년도(270.9점)보다 무려 61.4점이나 하락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8년 지수하락은 남북통합이 입은 상처를 보여준다. 아직은 외상 수준이지만 이대로 방치한다면 서서히 통합의 불씨가 꺼져 중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중이었던 13일 현대아산 직원 유씨가 석방되면서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유씨와 연안호 문제가 최우선 과제라면서 정작 특사를 보내거나 회담을 제의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신중모드다. 과감한 대북 접근을 서둘러 모색하기보다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면서 차분히 대책을 마련하자는 쪽에 가깝다.
남북간 협의 채널이 마땅치 않고 북한이 앞으로 어떤 대남 기조를 보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유씨석방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모순적인 정책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이번 8.15기념사를 통해 경색 국면을 타개할 제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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