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도약하는 저축은행) (1) 저축銀, 서민금융지원의 딜레마
(편집자주: 종잣돈 모을땐 '씨드 머니 뱅크(Seed Money Bank)'. 서민들의 목돈을 책임지는 저축은행의 성장이 눈부시다. 전체 자산규모는 75조원을 넘었고,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커진 덩치만큼 내실 강화도 관건이다. 하지만 비용 및 수익 불균형, 규제법안 국회 계류 등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저축은행 업계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주요 업체들을 분석해본다)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서민들의 금융생활 문턱은 여전히 높다. 실세금리가 꿈틀대고 있는데다 정부의 출구전략에 대비한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저축은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업계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을 지원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축銀, 서민금융지원 나서기 힘든 현실
저축은행 업계는 서민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수익성 및 신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문철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행장은 지난달 국회 세미나에 업계 대표로 참석해 "저축은행 입장에서 서민금융을 취급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서민금융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는 소액대출 시장의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있지만, 충당금 및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위험 가중치 기준 등 관련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민지원 방안으로 실시되고 있는 지역 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 대출 협약에 65개의 저축은행이 가입했지만 이마저도 형식적인 차원이다.
지역신보가 85%를 보증하지만 채무자가 도산할 경우, 저축은행이 나머지 15%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기관이라 불리는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와 비교해도 저축은행들의 가중평균이자율과 조달금리가 높다"며 "정부당국은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지원을 통해 구조적으로 수익을 얻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 부진의 원인으로 저축은행의 보수적 자산운용과 비용 및 수익의 불균형을 꼽
았다.
이건호 KDI정책대학원 교수는 "저축은행 업계가 저신용계층의 과도한 신용리스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을 꺼리고 있다"면서 "특히 실물경기 침체 이후 원리금 회수가 가능한 담보대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보수화됐다"고 지적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조달비용이 비싸다보니 예대마진에서 손해가 날 수 밖에 없고 아무래도 수익이 줄다 보면 대출금리 인하를 비롯해 서민금융 지원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서민금융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 절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당국이 저축은행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중장기적인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문철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행장은 국회 세미나에서 "충당금 완화, BIS산정 시 위험 가중치 완화, 신규 상품 인허가 시 인센티브 부여, 경영평가 실적 공개 시 우대 등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한다면 서민금융 활성화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무엇보다 신규 수익원 창출이 절실한데 업계의 불확실성 해소와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저축은행 법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저축은행별로 정체성이 확고해지면서 서민금융지원 방안도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지만 상명대 교수는 "정부차원의 공공정책 일환으로 지원받아야 하는 '금융소외자'와 고정수입이 있는 '저신용자'는 구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대안금융제도가 담당해야 하며, 서민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규제완화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는 등 서민금융 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민금융기관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지원 대상을 선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민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보 및 신보, 지역신보등을 활용해 개인 신용도 및 소득에 대한 구분을 더욱 세분화시켜 차등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력은 있으나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 위주로 지원하고 인위적인 방법 보다는 상업적인 모델을 도입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민금융을 전담하는 저축은행이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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