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2분기 실적 일등공신 '일회성 요인'

2009-08-05 17:22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실적이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외환 등 4개 은행이 2분기에 올린 일회성 이익은 총 686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은행이 2분기에 올린 순이익 8374억원과 1508억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 규모다.

이날 실적발표를 한 외환은행의 경우 현대건설 주식 매각으로 1368억원(세후기준)의 이익을 올렸다. 2분기 순이익(2382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현대건설 지분을 매각해 각각 1700억원, 2100억원의 일회성 이익을 달성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각각 2277억원, 2020억원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판관비가 크게 줄면서 순이익 증가에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도 2분기 환율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태산LCD 관련 대손충당금 1887억원을 환입했다. 이는 2분기 순이익(1698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아직 실적발표 전인 우리은행 역시 현대건설 지분 매각해 18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챙겼다. 우리은행의 2분기 예상 실적은 2000억원대 초중반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의 은행들이 올 2분기 순이익을 맞추기 위해 유가증권 및 채권 매각 등 일회성 이익을 상당 규모 올렸다"고 설명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도 "은행들이 일회성 요인으로 많은 이익을 실현했다"면서 "채권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매각 이익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은행의 2분기 경영 여건은 순이자마진(NIM)과 연체율 악화 등으로 1분기에 비해 크게 좋을 것이 없었다.

2분기 국민은행의 NIM은 2.16%으로 전기 2.74% 대비 0.54%포인트 급락했다. 신한은행도 전기 대비 0.12%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72%포인트 하락한 2.77%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93%의 NIM을 기록한 하나은행은 올 1분기 1.60%으로 하락한 데 이어 2분기에 다시 1.43%로 추락했다.

우리은행 역시 1분기 1.99%에서 0.25%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1.08%에서 지난 3월까지 1.45%로 오르는 등 상승기조다.

다만 경기 회복 기대감과 정부의 과감한 재정 정책으로 채권 부실화 가능성이 줄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전기 대비 42.9% 감소한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에 부실채권비중을 1.0% 이하로 낮추고, 주택대출 확장 억제에 나섬에 따라 3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부실채권비중 제한이 강화됨에 따라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며 "은행들은 NIM의 회복과 비이자이익부문의 확대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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