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민간 배드뱅크 설립 가속화

2009-08-05 09:05


민간 배드뱅크 설립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연내 '민간 배드뱅크'와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최대 20조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6개 국내 은행들은 출자와 대출 등으로 총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조성해 민간 배드뱅크를 설립키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연합회는 이달 중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농협 등의 은행들과 민간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했다.

민간 배드뱅크 태스크포스(TF)는 지난 주 이 같은 민간 배드뱅크 설립 계획을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주춤하던 민간 배드뱅크 설립 움직임이 다시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1.5%인 부실채권비율을 연말까지 1%까지 낮추라고 요구하는 등 은행의 부실채 처리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민간 배드뱅크는 6개 은행들이 총 1조 원을 출자하고 5천억 원을 대출해 설립하는 민간 기관으로, 5조 원어치의 부실채를 소화할 수 있다.

6개 은행들은 다만 각 출자 비율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키로 했다. 대출금은 총자산규모가 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1000억 원 이상을 분담하고 나머지 은행들이 1000억 원 이하를 분담하는 방향으로 논의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민간 배드뱅크는 당초 계획보다 설립 시기가 늦춰지고 있으나 오는 10~11월 중에는 6개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 배드뱅크를 통해 최대 5조 원어치의 부실채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조성하는 구조조정기금은 내달부터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 매입에 나서 총 15조 원어치를 사들일 계획이다. 이외에 은행들은 상각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통해서도 부실채를 정리할 수 있다.

캠코 관계자는 "이달 중 구조조정기금 운용기관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설치되면 내달부터 은행의 부실채를 매입할 수 있다"며 "은행의 부실채 매입액은 다소 유동적이나 15조 원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연말에 부실채권비율을 1%까지 낮추려면 은행권 전체적으로 20조 원, 은행별로는 1조~2조 원 정도의 부실채를 정리해야 한다.

각 은행들은 일단 이번 주 내에 연말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확정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다만 은행들이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정할 때 무연체 고정이하여신이나 워크아웃 기업 등의 채권은 감안해줄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각 은행별 부실채권 목표비율은 1% 안팎에서 차등화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시에 은행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다 보면 연체된지 얼마 안된 채권을 헐값에 내다팔아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며 "구조조정기금의 부실채권 매입 가격과 매입 방식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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