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들, 코스피 1500p 넘자 "나도 몰라"
코스피가 예상치 못한 상승 엔진을 달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증시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달 전만해도 코스피 1500선을 '마의 장벽'이라 불렀지만, 이미 증시는 1560선을 넘어섰다.
증권가는 최근 증시 급등세에 추가 상승이냐 조정이냐를 두고 팽팽히 맞섰지만,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증시가 급등하는 통에 증시 전망에 대한 논쟁도 차츰 자취를 감추는 추세다.
3일 한 증권사는 보고서를 통해 증시 전망에 대한 기존 전략을 공식적으로 수정했다.
◇무게 중심 잃은 '증시 전망'
증권사별로 증시 전망에 차이가 났던 이유는 증시를 진단하는 시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즉 낙관론과 신중론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뒀냐에 따라 차이가 났던 것.
그러나 최근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투자자를 갸우뚱하게 한다. 증시 급등세에 대부분 낙관적인 전망으로 돌아섰기 때문.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솔직히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쉽게 1550선을 돌파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이어 "상승 성격 오버슈팅으로 단기 조정세를 맞을 수 있지만, 조정 폭이 또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섣불리 증시 상승세를 단언을 하기에는 아직 변수가 남아있어 부담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변수는 외국인 수급세다.
외국인은 지난 3월부터 매수세를 이어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4조원, 6월에는 2조5000억원, 7월에는 6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매수한만큼 언젠가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외국인 매수세를 증시 불안 요인으로 몰았다.
그러나 업계는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한 달 만에 낙관론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 단기 상승과 밸류에이션 부담 및 정책랠리 모멘텀 회석으로 3월말부터 이어온 외국인 매수강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달에는 "미국 주택경기 저점 통과 시그널이 강화돼 외국인 매수세 연장에 무게를 둔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의 26%가 숏커버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업종 선별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대신증권도 "최근 헤지 펀드 및 지역 펀드 뿐만 아니라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글로벌 펀드에서도 주식을 매수해 외국인 순매수 추세는 쉽게 꺽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환율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외국인 매수세 둔화는 가능하다"며 증시 조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도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할 지 투자자는 난감하다. 전문가들은 한편으론 이들 나라의 경기 회복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부 지표와 단기과열에 대한 양상은 경계했기 때문.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인 주택가격지수가 34개월만에 첫 상승세를 기록했고, 7일 발표될 예정인 실업률도 상승 속도가 둔화될 전망이다"면서도 "미국에서 소비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여전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증시의 단기 과열 양상을 우려해 오던 전문가들은 막상 지난주 중국 증시가 5% 하락하며 올 들어 가장 큰 폭락세를 보이자 오히려 긍정적인 의견을 고수했다.
조용찬 한화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지난주 유동성 긴축 전망이 나오면서 폭락했지만 지수 등락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기보단 주식 시장 과열을 통제하려는 시도 정도로 봐야 한다"며 증시 불안을 일축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양심선언'나서
일부 애널리스트는 기존 증시 전망을 공식적으로 수정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기존 시각과 달리 의미있는 조정없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 보인다"며 "증시 조정 여부에 대한 의미없는 전망보다 현재 시장 패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코스피 1500포인트 이상에서 주식비중을 일정부분 줄이자고 제안했던 기존의 전략이 잘못됐음을 시인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실익을 가져다 주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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