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완’시대...중국 대륙을 잡아라!

2009-07-09 15:38

- '이구환신' 효과적으로 활용해 중국 시장 주도권 강화

중국과 대만의 협력이 강화됨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전자산업이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자본과 대만의 기술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대만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전자산업은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 한국 LCD 패널 점유율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현지 가전제품의 아성도 무너뜨리기 쉽지 않다. 중국과 대만이 양안경제협력협정(ECFA)를 체결하면 양국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율도 크게 떨어진다. 가격경쟁력에서 대만 부품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중국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제품 판매만이 아니라 중국 인민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치밀하면서도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구환신 특수를 노려라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가전제품 부문에서도 중고품을 새제품으로 교체하면 구입가격의 10%를 보조해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발표했다.

과거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이 가격이 저렴한 제품에 한정해 부조금을 지급했다면 이구환신은 가격 제한이 없다. 특히 이번 정책은 중국 내 소득수준이 높은 대도시와 해안지역 등에서 시행된다. 이들 지역은 한국 가전업계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곳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법인과 마케팅 부서에서 이구환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며 “이를 통해 중국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이구환신 시행 지역은 LG전자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곳”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다만 이들 지역에서도 자국 제품에 대한 구매의지가 높은 만큼 국내 기업들이 중국 인민들의 민족 자긍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의 가전산업은 과거 금성과 삼성이 저가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던 상황과 비슷하다”며 “이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자부심이 강하고 자국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만큼 현지 주민들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전체 인민의 축제였던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후원으로 삼성전자가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린 것이 좋은 예”라며 “중국내 국가적인 행사에 대한 지원 및 농촌, 저소득층 등에 대한 사회환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하이닉스가 2005년 중국 장쑤성 우시시에 설립한 우시 반도체 공장. 하이닉스는 중국 진출을 계기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4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진출로 지역기업 이미지 제고

대만과 중국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지배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 비결은 지난 2005년 설립된 하이닉스 우시 반도체 공장이다.

하이닉스는 매년 17% 이상 성장하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시 공장을 통해 중국 정부는 물론 기업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최근 중국에 반도체 후공정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중국 장쑤성 정부와 함께 판매법인을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중국 현지에 직접 뛰어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첨단 전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역량을 모으고 있다”며 “국내 전자기업들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게 되면 향후 중국의 성장과 함께 한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우호적인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기업이 아니어도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해외 기업들도 많은 만큼 국부유출의 선을 넘지않는 한도 내에서 공격적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한다면 한국과 중국 양측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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